대통령과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이 한해의 국정방향을 국회연설을 통해 밝히기로한 정부의 결정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를 존중한다는 점에서는 물론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비추어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정부는 15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국회에서 행하기로하고 이를위해 오는22, 23일 임시국회를 소집토록 요구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두국정연설을 하는것은 68년 중단이래 실로 15년만에 부활되는 것이다. 당시 국회소집에따른 여야간의 합의가 난항을 거듭하자 박대통령은 연두교서발표를 중단했고 그대신 기자회견을 통해 새해의 시정방향을 국민에게 밝혀온 것은 주지하는 바와같다.
제3공화국출범이래 4년동안 계속되어온 국회에서의 대통령시정연설이 중단된것은 여당의 독주와 야당의 극한투쟁이라는 당시의 정치패턴을 반영하고있다.
67년의 6·8선거가 부정선거라해서 야당은 국회등원을 거부했고 그후 이른바 「합의 의정서」의 안결로 야당의 등원이 실현되기는 했으나 협의에따라 구성키로된 부정선거 조사특위가 깨지자 여야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야당이 극한투쟁을 다짐하는 상황을 내세워 박대통령은 국회에서의 국정연설을 하지않았으며 그후 그의 국회출석은 한번도 실현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 이유가 어디에있든 바람직스런 일은 아니다. 제3공화국에서 정부와 국회의 관계가 반일으로만 치닫는 결과가 마침내 10월유신의 구실이 되고 민주정치의 파국을몰고온 한가닥 원인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갈등과 반일으로 점철된 불행한 과거의 전철은 결코 되플이되어서는 안된다. 전두환대통령이 국회에서의 국정연설을 부활키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수 있을 것이다.
새공화국의 국정목표가운데 가장 중요한 즐기는 단결이며, 화목이다. 단결이란 기초가 제대로 되어있지않은곳에서 국정의 원활한 수행은 기약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와 국회관계에서 그렇다.
이미 전대통령은 제11대 국회개원식에 출석해서 개원을 축하하는 연설을 했으며, 제106회및 제108회 국회의 폐회 리셉션에도 참석했다. 지난해 4월11일 국회의장단이 자리잡은 바로아래 연단에서 전대통령이연설을 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인상적이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라 국민들이 받는 인상은 더욱 감명적이었다.
한해의 국정방향을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내각책임제하의 나라는 말할것도 없고, 대통령중심제의 나라에서도 대통령이 정부의 주요시책을 국회에서 발표하는 것은 응당 해야할 일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린 조치라고 할수있다.
전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회존중을 역설해왔다. 국회에서의 대통령국정연설복활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며「정상」의 회복이기는 하지만 의회를 존중해야한다는 전대통령의 국회관을 그대로 드러내고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할 것이다. ,
거듭 지적하거니와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며, 민주정치의 광장이다. 국회가 이같은 구실을 제대로 못할때 이나라 민주주의의 장래는 어두울수 밖에없다.
전대통령의 국회국정연설이 의회정치 활생화, 그리고 국회의기능에 대한 정당한 평가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