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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가 있는 음악산책] 날숨 잘 쉬면 발모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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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동검도 윤자경 사범의 검무 ‘취랑혼’과 필자의 누드크로키와의 만남. 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이번에는 '소리'가 주제다. 특히 지수화풍(地水火風)에도 나오는 바람소리에 대한 이야기다. 전통악기 중 대금은 물론이고 가녀린 여자의 손으로 연주하는 해금에서조차 농현을 할 때 바람소리가 휙휙 인다. 국악노래에도 'ㅎ'하는 바람소리가 특징이다. 구음 시나위나 육자배기, 또 '한 많은 이 세상~!'하며 부르는 노래 등에는 탁기를 뿜어내는 호기(呼氣)가 많기에 자연히 훅훅 바람소리가 이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울 때도 '흐흐윽!'하며 한(恨)을 애처롭게 뿜는가 하면 상을 치를 땐 아예 곡(哭)을 삼일씩 아니, 삼년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코 풀 때도 '응~'이 아니고 '흥~!'하고 풀어야 제대로 한 것 같이 시원해 한다. 이렇듯 호기에 의념과 비중을 두게 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발모가 촉진된다. 요즘은 젊은 남녀도 탈모로 걱정이 많은데 심호흡으로 하는 판소리계의 원로들을 보면 머리숱이 많을 뿐더러 새까맣다. 필자도 만나는 사람마다 놀라며 정말 염색을 안 했느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숱이 많고 까맣다. 못 믿겠거든 위의 사진 참고 바람.

전통태교에도 산모가 소나무에 드는 바람소리를 들으라는 뜻의 풍입송(風入松)이 있는데, 뇌자극과 심신 안정에 가장 이상적인 리듬의 파형, 즉 태아의 뇌자극에 가장 효과적인 생명의 파동으로 되어 있다. 옛날에는 판소리와 시조 등을 소나무 아래나 근처에서 불렀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피아노의 공명판과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의 앞울림판 안의 받침목도 소나무로 되어 있는데, 횡파로 울려 공명이 잘 돼 자연스러운 생명력의 음이 나온다. 그래서 소나무가 있는 곳에는 평안한 기운의 절이 있기에 노래 '송학사'가 세월이 한참 흐른 요즘 더욱 사랑을 받는 숨은 이유가 되겠다. 당초부터 웰빙음악이었던 것이다.

여기 소나무 숲 속에서 바람소리를 내는 미녀검객이 있다. 최근 세계전통무예대회에서 일등을 하여 모두를 놀라게 한 해동검도 윤자경 사범! 일필휘지의 누드크로키처럼 일도양단의 검법으로 정신집중력을 높여 명상에 몰입할 때 나타나는 알파파와 세타파의 뇌파를 많이 방출케 하는 심신수양의 검법을 구사한다. 그야말로 웰빙 검도이고 호신술로도 그저 그만인 우리 전통검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람소리가 휙휙 이는 그녀의 검이 어떤 때는 운다. 마치 노래가 작곡자의 심정을 읊듯이 검에서 생명의 리듬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름 전에 필자의 초대로 대학강단에서 '눈에 안 보이는 기(氣)음악과 보이는 검의 상관관계'라는 주제로 같이 강의와 퓨전 공연을 했을 때 학생들의 반응은 대단했었다. 정중동(靜中動)의 파동을 체험함과 동시에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닮은 국악에 들어 있는 건강에 유익한 아날로그적인 신호를 스스로 읽었던 것이다.

우는 검처럼 우리 나라 산중에는 우는 산이 있다. 바로 광주 무등산이다. 바람이 불면 입석대를 돌아 나오는 소리가 우는 소리 같아 공부하러 소리꾼들이 많이 모인다. 우는 소리 등등을 하도 자연스럽게 잘 하니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인지 무등산 수박 맛은 일품이고 가히 세계적이다.

참, 이제 덥다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문 닫고 장시간 틀면서 자지 말지어다. 산소 결핍과 저체온증 때문에 검이 아니라 바람 맞아 죽는 수가 있다!

가수 (www.kimtaeg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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