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공화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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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년 터울을 인구의 척도로 재어 보면 엄청나다. 우리나라 전인구의 49%가 1961년이후에 태어났다. 이른바 5·16이후 세대다. 5·16을 목격조차 못한사람들이다.
1961년 고교 1학년이었던 소년은 지금 36세의 장년이 되었다. 바로 그 무렵 고교생이전의 세대는 전인구의 70%나 된다.
『세계사는 세계의 법정이다』라고 말한 대철학자가 있었다. 『세계사의 철학』을 쓴「헤겔」의 말이다.
우리국민의 70%는 바로 가까운 2O여년전의 역사를 심판할 기록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다.우리의 현실, 우리사회의 변화가 얼마나 각박하고 숨가쁜가를 알수 있다.
우리는 흔히「박제(박제)된 자료」에만 익숙해 있다. 「박제」는 잘 보이기 위한 것이지, 있는그대로의 모습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다큐멘터리문학』이 빚을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자멸적인 얘기다.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기록으로 옮겨놓는 일이 모험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요즘 중앙일보에 연재되는『「사다트」회고록』에서 받는 인정은 그의 솔직성과 대담성이다. 설령 그것이「사다트」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는 제스처라고 접어놓아도 그의 솔직한 인품과 정직성만은 돋보인다.
아마 후세의 사학자들이 그가연출했던 시대를 평가할 때는 그의 회고담을 잊지않고 뒤적여 보아야할 것이다.
미국무성은 해마다 특종자료 몇가지씩을 어김없이 두툼한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국무성창고속에 깊숙이 숨겨져있던 비밀외교문서들이다. 이들 문서는 그동안50년 시한으로 공개되곤 했었다.
그러나「닉슨」대통령시대에 그기간은 25년으로 단축되었다. 비밀의 수명이 절반으로 단축된 것이다. 미국역사를 보는 눈이 그만큼 밝아졌다고나 할까.
가령 미국은 한국동난중 여섯차례나 원자폭탄사용을 검토했었다는 사실, 「6·25」4일전까지도 미국무성은 한반도에 전쟁이 없다고 호언했던 일들이 모두 기밀문서를 통해 공개·확인되었다.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 실상을 빤히 알수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록하는 습성이 어딘지 좀 모자란 것같다. 충무공이나 옛 선비들은 그렇지않았다. 『난중일기』까지도 남아있으며. 또 그런 글일수록 솔직한 감회가 그대로옮겨져 있다.
어지러운 근세사를 살아오는동안 우리가 저절로 터득한 슬기(?)가 있다면 묵묵히 살아가는 습성일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그것은 나 자신과 나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지않으려는 자세인 것도 같다. 공인일수록 더욱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앙일보가 신년기획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다큐멘터리『제3공화국』은 그런 점에서 값있는 기록이고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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