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자회담 재개 시사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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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자회담 복귀신호인가, 아니면 고도의 교란전술인가.

북한이 6일 미국 측과 뉴욕에서 만나 전달한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을 암시하면서도 언제쯤 복귀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7일 오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고 공식 브리핑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당사국들이 모두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는 (6자회담이) 이뤄진 게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국무부 내에서조차 혼선을 빚었다.

◆ 한.미 정상회담 겨냥한 것=뉴욕 타임스는 8일 북한의 모호한 메시지가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노 대통령은 북한을 제재하는 데 반대해 왔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북한이 회담에 돌아올 수 있다는 아주 모호한 전망만 있어도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노 대통령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마당이라면 미국이 한국 측에 북한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문은 또 "북한은 단순히 북핵 사태가 유엔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을 수도 있다고 미국과 아시아(한국.일본을 의미)의 관리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엇갈리는 분석=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중국 유엔 대표부 왕광야 대사는 7일 "북한은 이른 시일 안에 6자회담에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른 시일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수주일 안에 나오게 될 것이며 회담 장소는 베이징(北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양에서 취재 중인 미 ABC 방송의 로버트 우드러프 기자는 7일 평양발 첫 리포트를 통해 "북한의 한 고위 관리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미국이 취소하면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스탠퍼드 대학의 존 루이스 교수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북한 고위 관리가 앞으로 북한은 미국과 군축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항상 모순되는 행동과 발언을 하면서 그에 따른 이득을 취해 왔다"며 "북한의 행동이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북한은 모호성 자체가 하나의 전술인 경우도 자주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또 6일 뉴욕 접촉에서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8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우를 요구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 한국 정부, 신중한 해석=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뉴욕 북.미 접촉에서 건설적 얘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합의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북한이 구체적 날짜를 제시한 뒤에야 진정으로 복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미국의 입장을 한번 더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고, 미국은 자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여전히 공은 북한 코트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서울=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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