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값 12만원 못 갚아 … 섬 취직 선원 2명 스티로폼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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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섬에서 외상값을 갚지 못한 선원 두 명이 스티로폼을 타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바다에서 4시간 만에 구조됐다.

해양수산부 소속 무궁화13호(어업지도선)는 8일 오전 3시30분쯤 충남 보령시 오천면 호도 북쪽 1.6㎞ 해상에서 스티로폼 뗏목을 타고 표류 중이던 최모(31.강원도 강릉시)씨와 소모(31.경기도 양주군)씨를 구조했다.

이들은 지난 3월 6일 서울의 한 직업소개소 추천으로 호도의 5.68t급 어선 선원으로 취직했다. 이들은 7월 5일까지 4개월간 일하고 기본급 월 70만원에 어로작업 수익금을 선장과 절반씩 나눠 갖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그러나 이들은 계약기간을 한 달 남긴 지난 7일 오전 선장 신모(45)씨에게 갑자기 "육지로 떠나겠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곧바로 짐을 챙겨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호락호락 섬을 떠날 수 없었다. 섬 가게 2곳에 외상값 12만원이 남아 있었던 것. 담배와 여객선 승차권을 파는 고모(64)씨도 담뱃값 8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고씨는 이들이 떠나려 하자 "외상값을 갚기 전에는 표를 팔 수 없다"고 버텼다.

이들은 표를 구하지 못하자 7일 오후 가로×세로 2m 크기의 스티로폼을 바다에 몰래 띄우고 호도에서 1㎞ 남짓 떨어진 인근 녹도로 향했다.

그러나 조류가 녹도(남쪽)와 반대쪽으로 흐르는 바람에 이들은 망망대해로 밀려나게 됐다. 이들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가방 한 개씩을 실은 상태로 5㎞ 정도를 떠돌다 어업지도선에 극적으로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보령=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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