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추락] 中. 26%가 "병 때문에 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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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과 가정 해체, 빈곤층 추락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가정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가정 불화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백혈병은 치료비가 많이 드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2003년 8월 당시 한나라당 이재선 의원이 전국 백혈병 환자 339명(기혼자 234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중 이혼한 사람은 67명(기혼자의 28.6%)이었다. 특히 이혼자의 92.5%인 62명은 백혈병 때문에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 판정 이후 1년 이상~2년 미만에 이혼한 경우가 39.7%로 가장 많았고 2년 이상 지난 뒤 이혼한 사람은 27.6%였다. 발병한 지 6개월 이내에 이혼한 사람은 15.5%,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이 17.2%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이혼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백혈병 때문에 이혼한 사람 가운데는 남자의 비율이 69.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76.1%였다. 특히 현재 소득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71%나 됐다. 모아둔 돈이 별로 없는 30, 40대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이혼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백혈병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가장 힘들어 했다. 조사 대상자의 27.2%는 치료비로 5000만~1억원을 썼다고 응답했고, 1억~2억원인 사람은 19.2%, 2억원 넘게 쓴 사람도 5.9%나 됐다.

투병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엔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꼽은 사람이 7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음으로 생계비 지원 등이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김정수.권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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