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도 '비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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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남북 교역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인천~남포간 선박 운영사인 국양해운은 28일 "북한 당국이 한국 선박에 대해 30일부터 열흘 동안의 검역 절차를 거친 후 남포항 하역을 허용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배를 일단 남포항 먼 바다에 정박시킨 뒤 열흘 동안 선원 전원을 대상으로 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해 입항시킨다는 것이다.

국양해운은 북한에서 위탁가공하는 원.부자재를 북한으로 싣고 간 뒤 돌아오는 길에 북한 현지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과 북한 반출품 등을 국내에 수송하는 국내 유일의 선박업체다.

이에 따라 북한 내 위탁가공 물자 수송의 유일한 루트인 인천~남포간의 선박 운영비의 증가 등으로 뱃길 운영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국양해운 장철균 대북사업 팀장은 "보통 1항차(배가 가고 돌아오는 기간)에 일주일 걸리던 것이 보름 이상으로 늦춰져 운항 횟수가 월 4회에서 두차례로 줄어들게 됐다"며 "위탁가공 물자와 완제품 수송 지연에 따라 국내 위탁가공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양해운측은 특히 열흘 정도 정박할 경우 고정비가 한달에 10만달러 이상 더 들어간다며 남북협력기금 등의 추가 지원이 없을 경우 선박 운항을 당분간 중단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5년째 북한에서 구두와 지갑 등을 만들어 반입하고 있는 엘칸토의 정주권 이사는 "다음달 초 방북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당국이 사스문제를 내세워 초청장을 보내지 않고 있다"며"예정된 시기에 평양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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