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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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은 폴란드사태에 따른 대소보복조처로 「대소무역전면동결」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80년l월4일 대소각물 금륜조처를 취했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보복조처였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소련의 타격도 심각했지만 그보다 미국농민들의 손해가 더 막심했다. 결국 15개월만에 철회하고 말았다.
지금 미국이 검토하고있는 대소무역전면동결도 엄포이상의 효력이 있을까, 의심하는 견해도 있다.
그럼 실제 미·소의 무역량은 어느 정도이며 「동결」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지난5월 미상무성 발표에 의하면 미국의 대소곡물금수조처에도 불구하고 80년도 소련의 대서방무역량은 79년보다 오히려23%늘었다.
소련의 수임은 서독에서 46억달러, 핀란드에서 29억달러, 일본에서 27억달러, 프랑스에서 23억달러, 미국이 19억6천만달러, 영국14억6천만달러, 이탈리아14억달러어치의 순이다. 미국은 곡물금수등으로 5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소무역량에서 미국은 79년의 경우 세계2위였다. 소련외국무역성통계로는 서독의 32억달러에 이어 20억달러로 과거 미·소간의 일반적인 무역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70년만해도 미국은 대소무역에서 8위권밖에 있었으며 75년에 4위, 78년에 5위를 점했다.
소련은 석유·천연가스·지하자원을 수출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수입한다. 기계류와 기계 설비외에 가축사료용 곡물도 수입한다. 소련은 매년 1천만t의 곡물수입비로 10억달러를 미국에 지불해왔다.
지난해 미국의 곡물금수조처로 가축을 대량 도살함으르써 소련의 육류생산계획은 크게 후퇴했다.
미국의 곡물금수땐 최고2천5백만t까지 팔기로 했던 80년도 곡물협정분중 1천7백만t이 금수 됐었다.
그러나 소련은 미국과의 무역이 단절될 경우 곡물보다는 선진기술·전략제품등에서 역시 타격을 면하기 어렵다.
그중 한가지가 컴퓨터 분야다. 소련에서 사용되는 서방컴퓨터는 약1천7백대다. 이는 전체 컴퓨터 4만2천대의 4%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소련의 국가계획위원회등 국가주요기관에 장치돼 있다. 서방의 컴퓨터는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미국제 소형컴퓨터는 소련의 대형컴퓨터보다 30배의 효율을 올리며 값도 싸다. 그러니 미제대형컴퓨터의 위력을 그들은 당할 수가 없다.
만약 컴퓨터부품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소련의 타격은 심각할 것이다. 다른서구제품으로대치하기도 어렵다. 서구제품도 부품은 미국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암모니아·화학공장·송유수·철도장비도 소련에 공급하고 있다.
미·소간 전면무역속결은 소련엔 7대1의 대미무역역조를 해소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식량난과 사료난 거기에 소련 테크놀러지의 낙후를 초래하게 된다. 미국에도 소련에도 어려운 선택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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