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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내일은 구강 건강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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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치아는 오복(五福)의 하나'다. 동의보감에도 "백 가지 양생법 중 입안과 치아를 양생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기술돼 있다. 옛 사람들은 왜 심장.간.위.폐 등 더 중요해 보이는 장기들을 제쳐놓고 치아를 오복의 으뜸인 수(壽)의 비결로 여겼을까. 중년 이후 치아의 건강은 미각의 즐거움뿐 아니라 영양장애, 치매와 같은 두뇌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6월 9일 '구강 건강의 날'을 앞두고 치아의 건강이 성인병 예방에 왜 중요한 지 알아본다.

◆입안 건강이 성인병을 일으킨다 =잇몸질환(풍치)이 있으면 저작기능이 떨어져 소화장애가 오기 쉽다.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위험도 높아진다. 멸치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잘 씹지 못해서다. 잇몸질환 환자는 또 정상인에 비해 뇌졸중.심장병 위험이 높다. 강남UIC치과 노병현 원장은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 엔도톡신(염증 유발)이란 독소를 생성하고, 이 독소가 혈류를 떠돌다가 피딱지처럼 굳어져 뇌.심장의 혈관을 막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미국의 한 조사에선 손실된 치아 수가 10~19개인 노인은 이보다 이가 덜 빠진 노인에 비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치주과학지엔 잇몸질환이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협심증.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두 배 높다는 논문이 실렸다.

충치도 성인병을 일으킬 수 있다. 충치균이나 염증유발 물질이 충치로 인해 파인 치아 속으로 들어간 뒤 혈류를 따라 몸 안 구석구석 퍼지기 때문. 이로 인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 환자와 노약자는 급성 류머티즘성 관절염.편도선염.인후염.간질환.신장병.심장병에 걸릴 수 있다.

◆성인병은 입안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반대로 당뇨병.암 등 성인병이 있으면 잇몸질환 등 각종 구강질환에 걸리기 쉽다.

분당 21세기치과병원 장영준 원장은 "당뇨병이 있으면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이 잘 안돼 잇몸질환이 유발되거나 악화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 역시 구강건조증이 동반돼 충치.잇몸질환에 잘 걸린다"고 설명한다. 혈액질환 환자는 설염.치은 출혈을, 영양이 불량하고 호르몬이 불균형인 환자는 잇몸질환에 걸리기 쉽다.

성인병은 치과 치료의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 환자는 치료 뒤 상처 치유가 지연된다. 혈액질환 환자는 지혈이 잘 안돼 고생할 수 있다. 신장과 간 질환자는 지혈이 잘 안되고 상처 치유가 늦어진다.

◆당뇨병 환자의 치아 관리=경희대치대병원 치주과 박준봉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잇몸질환의 발생 위험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세 배가량 높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가 담배를 피울 경우 잇몸질환 위험이 정상인의 20배에 달한다"고 충고한다.

정상인의 잇몸질환은 대개 통증 없이 진행되지만 당뇨병 환자의 잇몸질환은 잇몸이 잘 곪고 통증이 동반되는 등 악성이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가 잘 안되면 치과 치료도 더디다.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서다. 그래서 치아.잇몸이 아파도 혈당이 어느 정도 조절될 때까지 치과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잇몸질환 치료 뒤 재발도 잦다. 잇몸질환을 예방하려면 건강인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 치아를 칫솔.전동칫솔로 하루 세번 철저하게 닦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플라그(치태)가 약간은 남게 마련이다. 건강인에겐 잇몸질환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플라그라 하더라도 당뇨병 환자에겐 잇몸 질환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당뇨병 환자는 치과 병.의원을 수시로 방문하는 것이 상책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잇몸질환의 초기 증상

-칫솔질을 하거나 음식을 베어물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이가 흔들린다

-치아 사이에 음식이 자주 낀다

-음식을 씹으려면 시큰거린다

-잇몸의 색깔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치아와 잇몸 사이가 검게 변한다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충치의 초기 증상

-차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시리거나 아픈 치아가 있다

-입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

-치아 사이에 음식이 자주 낀다

-치통이 심하다

-치통은 없지만 치아가 검게 변하고 가끔 잇몸 위로 뾰루지 같은 것이 생긴다

자료=강남 UIC 치과.분당 21세기 치과병원

엄마 뽀뽀가 아기 충치 불러요

아기가 자라서 충치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엄마의 입안 건강과 세심한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치균(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을 흔히 옮기는 사람이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입을 맞추거나 이유식 등을 맛볼 때, 또 입으로 음식을 잘라 아기에게 먹이는 과정에서 충치균의 모자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다.

서울대 치과병원 소아치과 이상훈 교수는 "자신이 먹던 숟가락으로 아기에게 밥을 떠 먹이거나 밥을 씹어서 주는 행위, 엄마와 아기가 같은 컵으로 물을 마시는 행위도 충치균을 옮겨준다"고 조언했다.

충치균의 모자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기는 아기가 태어난 지 19~33개월 사이. 치과의사들은 이때를 '감염의 창구'(window of infectivity)라고 부른다.

최근 충치 예방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핀란드 투르크 대학 치의학연구소 에바 소더링 교수는 "젖니 시기에 충치균에 감염되면 나중에 영구치도 충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기(147명)들의 치아 건강 상태를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5세(젖니) 때 충치가 있었던 아이는 대부분 10세(영구치) 때도 충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치아 건강을 위해서라도 입안 청결에 힘써야 한다. 충치가 있으면 반드시 치료를 받고, 하루 세번 칫솔질을 하되 치약은 불소가 함유된 것을 쓴다. 매일 저녁 구강청결제로 입안을 헹구거나 자일리톨을 섭취하는 것도 아기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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