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임이사국 진출 '일단 멈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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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낼 계획이었던 유엔 개혁결의안 제출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7일 보도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은 이날 "각국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유엔 개혁 결의안은 독일.브라질.인도 등 이른바 G4 국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상임이사국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일본이 결의안 제출을 늦추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제동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7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일 밤 마치무라 외상과의 전화통화에서 '개혁안을 6월에 내는 것은 너무 빠르다'며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7월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내에선 "사실상 미국이 결의안 제출 자체에 반대의사를 밝혀 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미국의 지지에 큰 기대를 걸어 왔다. 일본 등 G4 국가는 ▶6월 중 결의안을 제출하고▶7월 신규 상임이사국 선출▶9월 유엔 헌장 개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활발한 득표 활동을 벌여 왔다.

한편 마치무라 외상은 6일 도쿄에서 열린 지지(時事)통신 주최 강연회에서 "안보리 진출은 쉬운 싸움이 아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상임이사국이 늘어나면 (거부권을 가진) 기존 이사국들은 상대적으로 지분이 줄어들게 되므로 기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영국이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유럽연합(EU) 대표는 1석으로 충분하지 않으냐는 여론을 미리 잠재우기 위한 속셈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그러나 "미국은 (나머지 G4와 달리) 일본만은 상임이사국에 진입해도 좋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나머지 나라들보다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자 장내에서는 "승산이 도대체 몇 %나 있는 게임이냐"며 회의적인 질문도 나왔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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