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 팔자, 팔자, 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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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개인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주식을 팔고 있다.

7일 거래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103억원어치를 순매도해 23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1995년 6~7월 23일간 순매도한 이후 10년 만에 나타난 최장 기록이다. 금액으로도 23일간 2조1535억원어치를 순매도해 99년 10~11월 13일간에 걸쳐 2조2451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이후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연초 종합주가지수 1000 안착의 기대를 갖고 증시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잃으면서 970선 안팎에서 집중적으로 손을 털고 있다고 분석한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 경기 회복을 시사하는 구체적인 지표들이 나올 이달 중순까지는 개인의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 세포주가 급등하면서 다시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거래소 시장의 개인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는 개인 매도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개인들은 5월 내내 주식을 팔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910선에서 970선으로 올랐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은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팔았다기보다는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나타난 수동적인 매매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개인의 순매도 행진을 투자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형 펀드에 1조2850억원이 유입됐다. 같은 달 개인 순매도 금액의 70%에 달하는 자금이 증시로 되돌아 온 셈이다. 2일 현재 주식 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지난해 말보다 50% 가량 늘어난 1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채권형 펀드 수탁액은 같은 기간 13% 줄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직접 투자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간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매도 강도가 달라지겠지만 개인의 직접 투자 감소는 이미 선진국들이 거쳐간 과정"이라고 말했다. 황창중 팀장은 "간접 투자 확대는 증시의 근본적인 수급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수급 안정으로 지수가 꾸준히 오르면 간접투자와 직접 투자가 함께 늘어나는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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