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수다] 인터넷 친구도 진짜 친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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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트라이더 컴퓨터게임을 즐겨한다. 게임을 하면서 같은 팀인 유저님들과 친해지게 되고, 친구등록도 가끔씩 한다. 접속할 때마다 메신저로 친구등록을 한 님들이 오셨는지 확인한다.

나는 인터넷 친구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다. 일단 인터넷에서는 나이가 다르고, 성별이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얼굴 없는 친구일지라도 친근감이 생기면 얼굴을 아는 친구 못지않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편 입장은 인터넷 친구가 얼굴도 못 보고 사기를 칠 수도 있어서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얼굴 보는 친구에게서도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한 마디로 인터넷 친구만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편의 그 근거는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미국에서도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그래서 나이와 성별이 친구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친구보다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더 많다.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인터넷 친구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한다.

▶ 윤지연 학림논술 아카데미 연구원

체험을 바탕으로 논리 전개 돋보여

총 평

흔히 어린이들은 논술과 작문을 혼동해 논술에서도 말줄임표나 물음표 등을 남발하기 일쑤인데 이 글은 그렇지 않다. 문장도 논술이 선호하는 간결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기본적인 논술 문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논술문은 자신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글이므로 당연히 화자는 1인칭(나)이다. 신문 사설처럼 1인칭 주어를 쓰지 않는다. '~라고생각한다'는 표현도 군더더기이다. 이런 문장 형식상의 문제를 제외하면 제목부터가 논술다워 좋다. 제목이 주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체험부터 논리전개의 외연을 확장하면서 논리를 펼친 점에서도 글을 많이 써본 흔적과 깊은 사고력이 묻어난다.

사이버상에서 참된 우정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서로 비교한 것도 글의 얼개를 짜는 구성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얼굴을 안다'가 참된 우정의 절대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하나의 논증으로서 타당하다. 나이나 성별은 친구되기의 기준이 아니라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도 장점이다.

<윤지연 학림논술 아카데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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