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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에 닭고기 가공을 맡기는 진짜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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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우려가 여전하고 경제적 인센티브가 거의 없는데도 미국은 닭고기 가공을 중국 공장에 맡긴다.

2006년 미국 농무부가 새 규정 목록을 백악관에 제출했다. 미국산 닭을 중국 공장에서 가공해 미국에 되팔도록 인가하는 내용이었다. 중국의 미국 닭고기 시장 진출을 도우려는 목적이었다.

비영리 공익단체 ‘푸드 앤 워터 와치(Food and Water Watch)’의 로비스트인 토니 콜보는 결정과정을 예의 주시했다. 중국의 식품가공 안전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소문 났기 때문이다. 농약에 절인 햄,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 간장 그리고 2004년에는 때때로 치명적인 ‘거두 병(bighead disease, 머리가 부풀어 오르고 몸은 마르게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을 아기들에게 일으키는 가짜 분유가 중국 당국에 적발됐다. 통상적으로 백악관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수년은 아니더라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콜보가 말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백악관의 승인이 떨어졌다. 콜보는 어리둥절했다.

다음 날 아침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승인 은) 선물이었다”고 콜보가 결론지었다. 그러나 정확히 무슨 목적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인가결정 후 미 농무부 검사관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그들의 가공 공장이 미국 닭고기를 처리하기에 적합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중국에선 식품 파동이 끊이지 않았다. 그 해가 가기 전 불법 항생제로 오염된 어류, 농약투성이 채소, 뇌수막염을 유발한다는 달팽이, 그리고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을 먹고 중국 사람들이 병에 걸렸다. 미국 의회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닭고기에 대한 농무부 예산 지원을 완전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곧 인가가 취소됐지만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WTO는 2009년 미국 의회의 중국 문제 결정이 불공정하다고 판결했다. 예산지원이 재개되고 승인절차가 다시 시작됐다. 잇따라 실시된 일련의 미 농무부 감사에서 모두 중국 공장이 미국 닭고기를 가공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그뒤 2013년 농무부는 별도 검사 없이 4개 중국 공장에 인가를 내줬다. “중국이 계속 앞으로 튀어나오는 듯하다”고 콜보가 말했다.

2006~2014년 중국 식품업계는 계속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줬다. 2014년 6월 중국식품 문제에 관한 공청회에서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뉴저지) 하원의원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쇠고기, 터지는 수박, 항생제든 나물, 중금속 오염 쌀, 표백제에 담근 버섯, 그리고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운동선수들에게 금기시되는 각성제 범벅돼지고기”를 생산했다.

2007년 이후 미국에선 1000마리 이상의 개가 닭고기 섞은 중국산 사료를 먹은 뒤 사망했다. “식품의약국(FDA)은 기존에 알려진 모든 병원균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비영리 조사단체 인 RTI 인터내셔널의 선임 식품안전위험 분석가 바버라 코왈시크가 말했다. “개들을 죽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이곳 미국의 식품안전 당국자들을 수년간 당혹케 하는 문제다. 도대체 왜 그것이 사람 음식으로 미국에 반입되도록 허용하려 하는가?”

보건 우려 외에도 가공 목적으로 중국과 닭고기를 주고 받을 이유가 전혀 없는 듯하다. “필시 경제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 비영리 업계 후원 단체인 미국 닭·계란 수출협회의 짐 섬너 회장이 말했다. 섬너는 중국의 미 농무부 인가 가공공장을 방문했으며 청결도 면에서 “내가 가 본 모든 곳과 비교하곤” 했다. 그에 따르면 “최대의 그리고 필시 유일한 이점은 인건비일 성 싶다.”

미국 서해안에서 잡힌 생선도 중국으로 보내 뼈를 발라내는 가공을 하도록 한다. 그에 비하면 농장에서 식탁으로 닭고기를 올리는 과정은 노동집약도가 훨씬 낮다. 따라서 인건비 절감분이 태평양 너머로 닭고기를 보내고 받는 비용을 능가하지 못하는 듯하다.

카길은 유럽에서 닭고기를 생산하지만 미국에선 판매하지 않는 식육 생산업체다. 카길의 마케팅 책임자 마이크 마틴은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그것은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난제”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중국 정부의 식품안전 규제가 허술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에 미국 닭고기 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운동가들은 우려한다.

중국도 같은 생각이다. 2007년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부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 공장의 미국 닭고기 가공을 허용하는 농무부 판정이 내려진 뒤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농업부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이 거래는 경제적이지 않다…. 상승하는 국제 육계(broiler, 영계를 포함한 식육용 닭) 시세와 국제 운송비에 불리한 환율까지 맞물려 재수출의 경쟁력이 없다.”

미국 농무부는 2013년 4개 중국 공장에서 치킨을 가공해 미국 시장에 판매하도록 승인했다. 그 전 몇 개월 동안 미국의 4대 주요 닭고기 업체(타이슨, 필그림스 프라이드, 샌더슨 팜스, 퍼듀 팜스) 중 “중국(그리고 기타 국가)의 닭고기 시장 접근”을 위해 농무부에 로비한 업체는 타이슨뿐이었다. 미국 닭고기협회든 미국 닭고기·계란연합이든 어느 단체도 그런 시도를 위해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미국 시장 판매용 닭고기 가공을 중국에 허용한 농무부의 결정에 관해 묻자 타이슨의 한 대변인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우리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닭고기는 모두 미국에서 사육되고 가공된다. 우리는 중국에서 닭고기를 수입할 계획이 없다.”

그렇다면 타이슨은 왜 미국 농무부에 로비를 했을까? 기업들이 특정 이슈를 지지하는 이유를 자세히 밝힐 필요는 없다. 하지만 타이슨은 뉴스위크에 이메일로 답변했다. 2013년에 보도된 로비 노력은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을 위한 무역 및 관세에 관련된 것이며 중국산 닭고기 제품의 수입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이었다. 타이슨은 미국의 양대 닭고기 생산 지역에 대한 중국의 수입 금지조치를 해제하려는 노력도 펼쳤다. 타이슨 푸즈를 비롯해 필그림의 모기업 JBS 같은 기타 대형 닭고기 생산업체들은 미국 최대 쇠고기 가공업체로도 손꼽힌다.

이들은 2009년 50여 개 기업 및 단체와 함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 서명했다. 대형 쇠고기 및 닭고기 가공업체들과 미국 목축업자우육협회가 연합했다. “중국산 조리 닭고기 제품의 수입을 감독하는 규정”을 지원하고 국제무역 시장 개방을 지지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쇠고기 및 닭고기 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식품안전 운동가와 로사 델러로 하원의원(민주·코네티컷)에게 농무부의 판정에 관해 물었다. 델러로 의원은 중국에서 가공된 닭고기가 학교 급식에 포함되지 않도록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모두 한 목소리로 델러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궁극적인 목적은 쇠고기”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쇠고기 업계의 중국 닭고기에 대한 관심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주 야키마의 소 한 마리가 광우병에 걸렸을 때였다. 세계 각국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미국 쇠고기의 최대 소비국인 일본이 수입을 금지했다. 멕시코·한국를 비롯한 20여 개국이 뒤를 따랐다. 그중에 중국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다른 나라는 모두 금지조치를 해제했지만 중국은 예외였다.

요즘엔 중국의 쇠고기 금수조치는 단순히 미국 닭고기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이 2007년 발표한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이 미국 시장에 자국산 닭고기를 판매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분석이다. “그들은 미국 쇠고기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델러로가 말했다. “미국 쇠고기와 중국 닭고기를 교환하는 조건이다.”

문제는 미국 농무부가 “미국 제품과 안전을 촉진하는 이중의 사명”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전술에 휘둘리기 쉽다고 델러로가 말했다. “농무부에 관한 한 기본적으로 안전보다 무역이 우선이다. 이익을 더 중시한다. 어처구니 없는 사고방식이다.”

미국 쇠고기 시장 규모는 440억 달러다. 미국 닭고기 시장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다. 중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돼지고기가 주를 이뤄 왔다.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된다. 하지만 쇠고기도 상승세에 있다.

중국에선 역사적으로 쇠고기가 사치품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쇠고기 소비가 5% 이상 증가했다.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외국 기업들은 그 흐름에 편승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지난 1년 사이 캐나다 쇠고기의 중국 수출이 6배 증가했다. 중국 수출이 가장 많은 호주는 수출량을 4배 늘렸다. 반면 미국은 아직도 중국에 쇠고기를 수출하지 못한다.

미국 쇠고기 업계 입장에선 닭고기와 쇠고기 교환 거래의 이점이 명확하다. 쇠고기의 잠재적인 중국 수출에서 얻는 이익이 미국 닭고기 시장의 일부를 포기하는 데 따르는 잠재적인 손실을 “크게 웃돈다”고 섬너가 말했다. 중국이 미국 시장에 닭고기를 판매하는 동기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섬너의 말마따나 미국은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최대 생산국이다. 모두 닭 사료의 주요 성분이다. “사료가 닭고기 원가의 60%”라고 그가 말했다. “사료를 가장 싸게 생산하는 사람이 닭고기를 가장 싸게 생산한다. 우리가 바로 그런 입장에 있다.” 중국이 미국에서 닭고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되더라도 미국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에 미국 닭고기 시장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운동가들은 우려한다. 미국에서 사육한 닭고기를 가공하는 방식이든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든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의 식품안전 규제가 허술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8년까지 몇 년 동안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 한 곳에서 판매하는 우유를 먹고 아이들에게 병이 생겼다는 중국 고객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부패든 태만이든 어떤 이유에선지 당국은 이 같은 우려를 외면했다. 그 회사의 외국인 주주가 베이징 당국에 항의한 뒤에야 제품이 시장에서 회수됐다. 결국 정부가 그 스캔들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코왈시크가 보기에는 대응이 너무 느렸다. “중국 정부는 관련자들을 총살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6명의 유아가 숨지고 5만여 명의 아기가 입원한 뒤였다. “아기가 먹는 분유에 멜라민을 넣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그녀가 덧붙였다.

“중국의 식품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안전을 논하려면 아직 멀었다.”

글=JOE KLOC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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