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아줌마] 남자가 웬 선블록이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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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나의 주근깨는 신이 주신 저주다. 어려서부터 너무나 많은 나머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마 얼굴이 검은 편이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주근깨란 말만 나오면 아직도 긴장한다. 지난해엔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 피부과를 찾았다. 주근깨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모든 일에 왕도는 없는 법.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주근깨는 시술보다는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항상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세요"라고. 그날 이후 나는 자외선 차단제, 즉 선블록 찾기에 나서게 됐다.

피부과에서도 선블록을 팔지만 왠지 비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발품을 팔았다. 먼저 들른 곳은 일반 화장품 전문점. 중저가 브랜드의 남성용이 있었지만, 주근깨 제거에 들인 돈을 생각하니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아무래도 비싼 게 좋을 것이란 생각에 결국 백화점으로 향했다.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브랜드의 상품들. 이럴 수가. 그런데도 남성용 선블록을 파는 곳은 단 한 군데밖에 없었다. 메트로섹슈얼이네 어쩌네 하면서 남성들의 가꾸기 열풍이 연일 매스컴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마당에 정작 남성용 선블록은 몇 개밖에 나와 있지 않다니.

스킨과 로션이 전부였던 남성 화장품 시장이 요새는 정말 다양해지고 있다. '남자가 흘리는 두 번째 눈물, 개기름'이라는 광고 카피로 남성용 에센스가 나왔고, 남성용 마스크까지 나와 있다. 저마다 남성의 피부는 여성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남성용 선블록은 적을까? 업계에선 선블록만큼은 성분에 있어 성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여성용은 차단지수가 너무 높아 피부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또 한국 시장에선 남성용 선블록의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란다. 하지만 수요 창출은 마케팅의 기본이고, 어떤 제품이든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안다면 이젠 남성용 선블록도 여성용과는 차별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Mr.조는 어떤 제품을 쓰냐고? 용감하게 고백한다. 정말 많은 돈을 들여 이것저것 다 써본 뒤 여성들 사이에서도 가장 무난하다는 평을 듣는 일본 업체 제품을 쓰고 있다. 이래저래 일본과 시끄러운 마당이라 질 좋은 국산 제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더더욱 간절하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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