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좋아도 채산 안맞아 발행 못해" 39.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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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문 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좋은 원고가 채산성 때문에 출판되지 못하는 비율이 3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술적 가치가 있는 연구 10건 중 4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다는 뜻이어서 인문 사회과학이 죽어간다는 경고가 출판계나 학계의 엄살이 아님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가 5월 초 한국출판연구소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학술도서 출판 현황'에 나타난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초판에 종당 1000부 이하로 발행하는 학술도서가 62.7%에 달했으며 2000부 이상 발행하는 경우는 5.9%에 불과했다. 일반도서의 초판은 평균 3000부를 발행한다.

학술도서의 평균 제작비는 1052만원, 평균 정가는 1만6720원으로, 학술도서 종당 매출은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900만원 이하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조사에 참여했던 백원근 출판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학술도서 출판이 부진하다는 것은 곧 기초과학 분야의 값진 연구를 학계나 일반인이 공유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국공립 도서관의 우수 학술도서 구매 제도화 등 정부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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