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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대통령 직속 위원회] 上. 난립·월권 논란 '또 하나의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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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가 국정 난맥의 근원지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 운영의 이원화와 월권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국회 등 국민의 감시와 견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정비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위원회가 희망"이라고 반박해 이 문제가 쟁점화하고 있다. 2회에 걸쳐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를 긴급 점검한다.

참여정부의 국정 운영 형태는 과거 정부와 판이하다. 대통령 소속의 각종 위원회가 정부의 정책을 주도한다. 정부 부처의 정책을 뒤집는가 하면 직접 정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현재 대통령 소속 위원회는 모두 23개. 이 중 자문위원회는 19개고, 행정집행권이 있는 행정위원회는 4개다. 국민의 정부 시절 18개였으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5개가 폐지되고 10개가 신설됐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월권'과 '난립'이다.

◆ 난립 시비=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대해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거나 '불필요한 예산을 잡아먹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든가, 아니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위원회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한나라당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현재 정부의 각종 자문위는 대부분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특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이 헌법상 명문 근거가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위원회의 예산 급증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3일 공개한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18개 대통령 자문위원회 예산이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173억원에서 2004년 237억원, 2005년 1313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와 '지방이양추진위'는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정부 할 일까지 관여=위원회의 고유 업무는 중장기 국정과제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드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정책 현안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동북아시대위가 행담도 개발을 추진한 게 대표적인 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물론 수도권 공장 신.증설 문제까지 총괄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자치경찰제 시행방안은 정부혁신지방분권위가 짜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은 속성상 청와대와 코드를 맞춘 위원회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때 정책 실패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월권 논란=대통령 자문위원회의 하나인 '동북아시대위원회'가 행담도 개발사업에 끼어든 게 드러나면서 월권 논란이 벌어졌다. 결국 문정인 위원장이 사퇴했다. 동북아위는 지난해 7월 군 잠수함 통신소 사업이 S프로젝트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국방부에 건설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집행권을 행사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부패방지위원회 등 4개 행정위원회는 법률에 따라 설립돼 행정부와 유사한 행정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령이나 부령에 의해 설립된 자문위원회는 정책 수립, 부처 간 협조.지원, 추진 실적의 점검.평가로 업무 영역이 제한돼 있다.

위원회를 견제할 관리.감독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도 문제다.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3일 "감사원은 2000년 이후 국회의 감사 청구에 따라 지난 1월 대통령 직 속위원회에 대해 감사를 한 게 전부"라면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대한 감독에 구멍이 뚫리다 보니 월권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한나라당은 나경원 의원이 중심이 돼 자문위의 변칙 운영을 통제하기 위한 '정부자문위원회법'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자문위가 자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집행.조정 등 행정기구로서 활동할 경우 조직을 '폐지'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항 등을 두었다.

이철희 기자

*** 바로잡습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6월 4일자 3면에 실린 대통령 직속위원회 표와 관련, "중앙인사위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 '행정위원회'로서 공무원 인사정책의 수립.채용.교육훈련.인사심사.권익보호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대통령 직속위원회는 집행권한을 갖는 행정위와 시행령에 근거해 설치된 자문위의 두 종류로 나뉘어져 위상과 기능이 엄연히 다른데도 표에는 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바로잡습니다

6월 4일자 3면 대통령 자문위원회 관련 기사에서 '기획예산처 자료를 인용했다'는 한나라당 발표에 따라 '18개 대통령 자문위원회 예산이 2003년 173억원에서 2004년 237억원, 2005년 1313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2005년도 예산으로 보도된 1313억원에는 '국립 아시아 문화의 전당 건립 사업비' 934억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실제 예산은 293억원이며, 자료 출처도 기획예산처가 아닌 국회예산정책처"라고 밝혀와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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