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 해제에 대한 색다른 해석도 있다. 전두환 정부가 쿠데타를 사전에 막기 위해 통금을 없앴다는 것이다.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야간에 남몰래 군 병력을 움직여야 하는데, 통금이 없어지면 병력의 은밀한 이동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부인 만큼 쿠데타를 가장 걱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요즘처럼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된 상황에서는 쿠데타가 힘들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쿠데타는 '국가에 대한 일격'이란 의미의 프랑스어다. 지배계급 내의 일부 세력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쿠데타다. 쿠데타는 은밀하게 계획되어 기습적으로 이뤄진다. 무솔리니.히틀러 등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프랑스어인 쿠데타란 말이 널리 쓰이는 것은 18세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쿠데타 등 쿠데타의 전형적인 사례가 프랑스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직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앨 고어 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건 빌어먹을 쿠데타야"라고 소리질렀다고 한다. 클린턴 때리기에 앞장섰던 미국 인터넷 언론 '드러지 리포트'의 보도다. 르윈스키 스캔들은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 직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던 사건이다. 이를 폭로해 대통령의 권위를 망가뜨리는 행위를 쿠데타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르윈스키 스캔들은 클린턴 탄핵으로 이어졌고 미국 민주당은 이를 "공화당의 쿠데타"라고 주장했으니, 스캔들 폭로가 쿠데타의 시작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법하다.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나 스캔들 폭로를 쿠데타 기도로 받아들이는 것은 쿠데타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이세정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