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가짜 통장 만들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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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은행 직원을 회유해 수십조원을 허위 입금하려는 사기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일 정부기관 직원을 사칭한 일당이 금융회사 직원에게 거액의 사례비나 예금 유치를 약속하는 방법으로 거액을 허위 입금하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자신을 청와대 직원이라고 소개한 40대 후반 남성의 부탁을 받고 10조원이 허위 입금된 차명 보통예금 통장을 발급해준 국민은행 성수동지점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 직원은 50억원의 사례비를 받기로 하고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계좌에 10조원을 허위로 입금했으나 본점 검사부에서 이상거래로 적발돼 미수에 그쳤다.

또 지난달 24일 농협중앙회의 한 지점장이 예금을 하겠다며 찾아온 사람에게서 정부 국책사업 자금 54조원을 허위로 입금해주면 500억원의 사례비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본점에 보고했다. 이 같은 사례는 농협에서만 지난달 세 차례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에는 농협 지소장이 낀 사기단이 전산을 조작해 66조원이 입금된 것처럼 꾸민 뒤 소액으로 나눠 인출하려다 적발됐다.

이들은 대외비로 추진되는 정책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공식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고 말하며 승진 보장이나 거액의 사례비, 예금 유치 등을 약속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꾼들이 통장 명의를 빌리기 위해 제3자를 범행에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어 일반인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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