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한국의 실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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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는 내년부터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88년까지 7년동안 국민의 의식수준을 높이고 각종환경을 개선하기위한 국민운동을 펴기로 했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에 대비해서 내무부가 마련한 이 계획은 줄서기·침안뱉기등을 시민생활화하는 일에서부터 도로나 철로주변 불량주택의 철거에 이르기까지매우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을 함양하고 주변환경을 깨끗이 해 누가 보아도 우리가 높은 수준의 문화민족임을 과시한다는 일은 비록 올림픽과같은 세기적인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해도 우리 스스로가 꼭 해야할 일들이다.
한민족은 오랜 역사와 전통속에서 예의를 숭상,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긍지를 지니고 있다.
뿐만아니라 나날이 좁아져가는 현대의 국제사회에서 한국인은 지구가족의 일원으로서 부지런하고 친절한 국민이란 이미지를 심는데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우의와 신의에 투철하고 질서를 잘지키는 민족이란 한국인상을 세계속에 심는일은 아직 미흡한 단계라고 보지않을수 없다.
가령 침안뱉기·휴지안버리기·줄서기등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운동으로 전개되고 교육과정에서도 강조되어온 것이지만 아직껏 생활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말해 우리국민의 문화시민으로서의 자질이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음을 뜻한다.
올림픽은 인류애의 증진과 인류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국제적인 스포츠행사지만 주최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자랑스런 역사나 문화를 만방에 알려 세계 여러나라와의 관계를 두터이 하자는 뜻도 지니고 있다. 특히 88년올림픽「분단」으로 인해 정세가 불안한 나라, 그리고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기에 우리나라에 대한 일부 그릇된 인식이나 이미지를 씻는데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선진사회에 한국인의 예의바름·친절함을 보이기 위해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갖가지 캠페인에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주변환경을 정비하고 국민들의 의식을 개혁한다는 일은 7년이란 시일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물론 도로변 불량주택이나 광고를 철거하는 일이라든지, 뱀탕·보신탕집의 뒷골목이전등 외형을 가꾸는 일은 행정력에 의해서, 또는 정부의 집중투자에 의해서 가능하리라고 본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불량주택철거 때문에 주민들의 편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말단행정기관을 엄중단속해야함은 말할것도 없고 가시지역의 환경개선이나 조경에 집착해서 민원을 사는 일도 없도록 해야한다.
뱀탕·보신탕집은 뒷골목으로 이전시킨다고 하는데 설마 외국인들에겐 고속도로나 대로변만 보여주고 뒷골목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보신탕집 문제는 무조건 뒷골목으로만 이전시킬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한곳에 집단화하는 방안도 강구해봄직 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면적인 의식을 개혁하는데 모아지므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을수 없다. 학교나 가정은 물론 직장및 사회교육등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줄서기·침안뱉기등 질서지키기 운동이 이번만은 꼭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정부의 계획은 어느 한부처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더우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이 운동에 적극참여하여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아갈 때 이 운동은 그 뿌리를 내릴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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