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기 원인은 청와대 무능·월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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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일 청와대.정부에 대한 불만을 격렬하게 쏟아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문희상 의장과 가진 비공개 만찬 간담회에서다.

행담도 개발 등 각종 의혹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지만 직접 개입하는 것은 법과 절차를 뛰어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비난인 셈이다.

한 참석자는 "청와대에 대규모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러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며 "당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유전.행담도 의혹 등에 대해 정보를 가진 청와대가 매듭을 지어줘야 할 것 아니냐"며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결국 대통령의 레임 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조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 위기의 근본 원인은 당이 아닌 청와대에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개혁.실용 논쟁을 해서 위기가 온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실수를 연발해 위기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가 도덕성만 가지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도덕성은 기본 중 기본일 뿐"이라며 "청와대가 너무 이상적이기만 하고 무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정 분리에 대한 비판도 여전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정 분리를 보완하자는 것을 (청와대가) 과거처럼 여당이 보채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반발했다. 문희상 의장에게 "직언을 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문 의장이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이라 대통령에게 할 말을 못한다는 얘기가 나와선 안 된다"고 했고 문 의장은 "지금까지는 말을 아껴왔지만 앞으론 청와대.정부에 할 말은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만찬에는 초대받은 20여 명의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한편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러시아 유전.행담도 등) 각종 의혹사건과 관련, 국회에서 소상하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설명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당정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총리는 "철도공사가 적자를 보전하겠다고 유전사업에 뛰어든 게 적절치 못했고 그래서 반성해야 하지만, 무슨 돈이 오가고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서는 "한전을 포함한 177개 공공기관 이전 지역을 15일 이후 발표할 예정"이라며 "한전의 경우 울산이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광주.대구는 신청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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