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불방망이 … 대역전극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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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8~9점을 뽑아도 지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최근 프로야구에서 대량 득점으로 승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전 같으면 경기 초반에 5~6점 앞서 가면 그대로 승부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8점 리드가 뒤집히는 등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롯데가 LG에 4회까지 0-8로 뒤지다 13-11로 역전승했고, 27일에는 LG가 삼성에 4회까지 0-6으로 지다가 12-6으로 역전승했다. 롯데는 5회에 한꺼번에 8점을 뽑았고 LG는 5회에 7점, 6회에 5점을 얻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27일 현대가 기아에 5회까지 2-6으로 지다 9-8로 이긴 경우도 있었고 29일 한화가 롯데에 1-4로 리드당하다 14-7로 뒤집은 적도 있다. 하나같이 대량 득점에 의한 역전극이다.

지난 주말 3연전을 치른 현대와 기아가 대량 득점의 선봉에 있다. 현대는 세 게임에서 30득점을 해 경기당 평균 10점을 올렸다. 기아도 25득점으로 평균 8점이 넘는다. 결과는 1차전 9-8 현대 승, 2차전 8-6 기아 승, 3차전 15-9 현대 승이었다. 기아는 매 게임 8점 이상을 올렸지만 성적은 1승2패였다.

기아는 31일 LG와의 홈경기에서 또 한 차례 대량 득점으로 역전극을 연출했다.

7회까지 3-6으로 뒤진 기아는 8회 말에 3득점해 연장전으로 끌고 갔고 10회 초 LG 클리어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지만 10회 말 송산이 3점 홈런으로 응수, 다시 9-9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1회 말 김경언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11-9로 이겼다. 8회부터 8득점이었다.

이런 현상은 통상의 경우와 반대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의 몸이 풀리기 전인 시즌 초반에는 '타고투저(打高投低)'의 현상을 보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투고타저'로 변한다. 그러나 올 시즌은 초반에 투수들이 타자를 압도하다가 5월 중순 이후 불방망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반에 많이 리드했다고 방심해서도 안 되고, 많이 지고 있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이래저래 감독들은 좌불안석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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