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와 폴란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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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폴란드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다. 미국대통령이 어느날 두 눈을감고 신에게 물었다. 『50년후의 미국은 어떻게 될까요?』
신은 한마디로 대꾸했다. 『사회주의국가처럼 될걸.』
이번엔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하늘을 쳐다보며 똑같은 질문을 했다. 신은 말했다. 『자본주의국가로 바뀔걸세.』
국민의 90%이상이 가톨릭신자인 폴란드의 「야루젤스키」수상이 그 소문을 들었다. 그도 신에게 물었다. 『50년후는 너무 멀고 5년후, 아니 5개월후의 폴란드는 어떻게 되겠읍니까?』
신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저 눈물 한방울을「야루젤스키」이아에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동구 3국을 구별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이 있다.
『폴란드인은 보트카(화주)를 마시고, 체코인은 맥주를 마시고, 헝가리인은 포도주를 마신다.』
소련보다는 기후가 온화한 편인 폴란드 사람들이 입에서 불이 난다는 보트카를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세계사를 보면 폴란드는 유럽의 지구에서 아예 사라졌던 일도 있었다. 1772년, 1793년, 1795년, 무려 세차례나 분할됐었다. 프러시아, 러시아, 오스트리아가 나누어 가진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한, 폴란드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
폴란드 사람들이 지금도 목이 메어 부르는 이 노래는 나라를 잃었을 무렵「유제프·비비즈키」라는 한 신문기자가 작시를 했었다. 1918년 공화국이 되고나서 이 가요는 국가로 승격되었다.
폴란드는 지구를 펴보면 동쪽에 소련, 남쪽에 체코, 서쪽엔 동독, 이를테면 잠재적인 적성국가들이 병풍을 치고있다. 북쪽만이 터져있는데, 한발만 내디디면 발트해. 소련의 바다다.
폴란드 국민들이 화주를 마시는 이유를 알것같다. 그야말로 출구없는 나라다.
폴란드 사람들이 바로 그 소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가 있었다. 80년11월, 프랑스의 파리마치지가 폴란드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이었다.
98%가 『싫다』고 했다. 나머지 2%만이 소련은 우호국이라는것이다. 이쯤되면 폴란드와 공산독재와는 인연이 없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아마 지금은 99.9%쯤 되지않을까.
36년전 얄타회담 때의 얘기가 생각난다. 「처칠」영국수상이 말했다.
『폴란드문제는 영국에있어서는명예의문제입니다.』
「스탈린」소련수상은 그말을 이렇게 받았다. 『폴란드문제는 소련에 있어서는 명예와 안전보장의 문제요!』
폴란드엔 기어이 계엄이 선포되었다. 뒤에서 소련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은 1천만「솔리대리티」의 영웅「바웬사」는 아직 무사한 것같다. 문제는 소련탱크다. 자유세계는 지금 숨을 죽이고 그들을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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