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풍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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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세인의 화제가 되었던 대구 금복주 사장집 폭파위협사건은 범인3명이 경찰에 검거됨으로써 그 진상이 밝혀졌다.
범인들은 예상과는 달리 무슨 원한관계가 없었고 다만 금품을 노렸던 사건이었다. 이 사회에 만연된「한탕해보자는 풍조」를 다시 한번 드러내준 어처구니없는 결말이다.
사회범죄의 대부분은 금품이 목표가 되어 왔지만 근간엔 특히 그런 사건이 빈발하고있는 것같다. 어제 오늘만해도 어린이들의 저금 8천만원을 횡령한 마을금고 이사장이 입건됐고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빈집을 도둑질하던 전과자 2명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스승은 노름빚을 갚기위해 제자를 유괴·살해하고, 한 형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살자예금통장을 훔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우리가성취하려고 노력하는 밝은 사회는 과연 어디에 바탕을 두고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된다.
강력범죄의 빈발에 대해선 이미 여러차례 그 원인과대책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때로는 범인을 잡지못하는 수사당국의 무능도 탓했으나 그것은 기엽말단일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할 때가 되었다.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덕목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야할 것이다.
어떤이는 이 사회를 휩쓰는 인간상실, 가치관의 혼돈, 배금풍조등을 사회혼란의 원인으로 든다. 물론 적절한 지적이나 이것을 극복하려는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지 원인분석에만 그쳐서도 안될 것이다. 다시말해 이와같은 사회적 질병을 치유하는 처방은 무엇이며 이 처방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 것인가에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우선 우리의 정신·물질생활이 낭비나 무절제로 흐를 때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도, 가정도, 기업도 낭비의 생활, 무절제한 씀씀이는 한때는 즐거워도 그 뒤끝은 파국밖에 기다리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가 때로는 예산을 낭비하고 한가정이 빚에 허덕이다가 파국을 불러들이고 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하다가 파산하는 상황은 많은 사람의 심성에 검약과 절제의 미덕보다는 우선 쓰고보자는 사고를 심어주기에 족하다. 거기다 때때로 TV와 같은 호소력이 강한 매체가 주는 영향도 적지않다.
결국 모든 사회분위기가 검약과 절제보다 낭비와 무절제로는 치닫는 인상을 주면서 일확천금의 풍조만을 나무랄수는 없다.
또 검약과 절제는 근면과 성실에서 연유됨을 잊지 말아야 된다.
임기응변에만 능하고 근면과 성실이 비하되는 풍토에선 누구나 지위의 상하를 막론하고 그런 풍조에 물들기 쉽다.
근면과 성실은 사회가 어떻게 바뀌든 시공을 초월한 미덕이며 학교교육, 사회교육이 언제나 이 미덕의 바탕위에 실행되어야 한다.
또한가지 우리가 익혀야할 덕목은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성숙한사회의 구성원은 모두 페어플레이의 정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때 사회의 기강도 건실해진다.
이점에서 신사는 비신사를, 성숙한 사람은 미숙한 이웃을 꾸짖고 타이르는 사회적분위기의 조장이 요청된다. 페어플레이정신은 노력과 성실을 정당하게 평가한다. 모든 사람은 공정한 경쟁과 최선의 인간정신을 발휘해 사회활동을 해야하며 개인이나 조직의 성패도 바로 이런 가치관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사회는 바로 이런 점에서 각성과 자조적 노력이 미숙하고 부족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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