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에 열광 왜? 여성도 인간이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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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은 ‘미스터쇼’를 두고 “즐기기만 하면 될 뿐, 메시지 같은 건 없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내 최초 여성만을 위한 공연, ‘미스터쇼’가 서울 무대에 다시 선다. 꽃미남 근육질 배우들이 등장해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는 일종의 스트립쇼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서교동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개막, 넉 달 동안 4만80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평균 객석 점유율 93%였다. 부산·대구·청주 등 8개 도시 투어공연을 했고, 10일부터 강남구 신사동 BBCH홀에서 서울 컴백공연을 시작한다. 올 공연계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한 ‘미스터쇼’의 연출자 박칼린(47)씨를 BBCH홀 연습실에서 만났다. “여성 관객들이 즐길 공연이라고 확신했다. 왜냐고? 여성도 인간이니까”라고 그는 말했다. ‘미스터쇼’는 그가 10여 년 전 구상해 대본까지 써둔 작품이었다고 한다.

 -컴백공연까지 하게 된 비결이 뭘까.

 “여자들끼리 정말 유쾌하게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국에 살면서 대한민국 여자들이 남자들 없을 때 어떻게 노는지 봤다. 여고 수학여행을 떠올려봐라. 여학생들이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논다. ‘미스터쇼’는 여성 관객들이 그렇게 자신의 본능에 따라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 그래서 남성 관객은 입장 금지인가.

 “딱 한 번, 지난 4월 25일 공연에 남성 관객 입장을 허용했다. 370여 명 관객 중 남성은 20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함성 소리가 10분의 1로 줄고, 사회자 질문에 대답도 잘 안했다.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다. 여성의 DNA엔 ‘내숭’이 있는 것 같다. 다시는 남성을 받지 않을 생각이다. 여성 사우나가 따로 있는 것처럼 ‘미스터쇼’는 여성 전용이다.”

 -‘성상품화’ 논란도 있었다.

 “‘미스터쇼’는 야한 쇼가 아니라 유쾌한 쇼다. 수위 조절에 가장 고심했다. 내 입맛에 맞춰 노출 수위를 맞췄다. 추하거나 역겨울 법한 장면은 다 뺐다. 의상도 정장 수트와 교복, 청바지에 흰 티셔츠 등 남성이 입었을 때 여성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요소를 총동원했다. 티셔츠 소매 폭 하나를 정할 때도 공장을 여러 번 왔다갔다 하며 남성 배우들이 섹시하게 보이도록 했다.”

 - 남성은 이성의 벗은 몸을 보고 욕망이 깨어나지만 여성은 다를것 같은데.

 “여성에게도 동물 본능이 있다. 여자는 이래야 된다는 식의 구별은 착각이다. 여성들은 스토리가 없는 노출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라면 ‘미스터쇼’ 흥행이 이렇게 잘 됐겠나. ‘미스터쇼’를 보면서 여성 관객들은 공연장 지붕이 들썩일 만큼 환호성을 지르며 즐겼다. 본능을 맘놓고 바라보며 즐길 수 있을 때 사람은 다 똑같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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