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물안개가 구름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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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물안개는 치솟아 구름처럼 하늘에 닿았고 우뢰같은 물소리는 땅을 뒤흔들어 1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도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원주민들은 폭포 밑에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어 가까이 가기를 주저했다.
1855년11월16일 빅토리아폭포를 발견한 영국의 탐험가「데이비드·리빙스턴」은 그의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넓이 1.7km, 높이1백20∼1백50m로 미국 제일을 자랑하는 나이애가라보다 2배나 큰 아프리카 중남부 잼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에 걸쳐진 잼베지강의 빅토리아 폭포.
탐험대가 이 세계최대의 폭포를 찾아 친공산국가인 잼비아에 입국할 것은 지난9월4일밤11시40분.
수도 루사카에서 빅토리아폭포 인근도시인 리빙스턴까지 차로 9시간을 달려 7일 새벽1시30분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텐트를 칠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돈을 들여 숙소를 찾기는 아깝고 해서 리빙스턴 기차역으로 들어가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대합실과 역앞 마당에는 1주일에 두번 루사카쪽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새우잠을 자거나 나뭇가지를 모아 불에 무엇인가를 구워먹는 모습도 보였다.
콘크리트로 된 역건물 2층에 올라가자 사무실이 여러개 달린 복도가 덩그러니 비어있어 한쪽 구석에 판초를 깔고 방한복을 꺼내 입은 뒤 피곤한 몸들을 뉘었다.
피부색과 얼굴 생김이 다른 탐험대를 원주민들은 경계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면서 몇몇 승객들은 짐을 챙겨 덮고있던 담요자락 안으로 숨기기도 했다.
아닌 밤중에 들이닥친 이방인들이 그들의 눈에는 새까만 피부와 곱슬머리를 가진 자신의 모습보다도 더 험상궂게 느껴졌던 탓일까, 아니면 그 옛날 노예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도망다녔던 선조들의 피해의식을 물려받아서일까.
날이 밝아 이곳에서 10여km 떨어진 폭포로 다시 차를 몰았다. 10여분쯤 달려 시가지를 벗어나자 멀리 들판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차창을 통해 보였다.
그 연기는 하늘의 뭉게구름이 내려와 땅위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짐바브웨와의 국경초소를 왼쪽으로 두고 차를 내려 깊은 계곡이 보이는 곳으로 내려서자 귀가 멍해질 정도의 세찬 물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것처럼 들려왔다. 폭포는 보이지 않았지만 계곡에서 뿜어져 오른 물안개가 숲속에 바람을 일으키면서 맹렬한 기세로 치솟아 무엇이든지 다가가면 날려버릴 것 같았다.
사시사절 안개비가 내려 「비의숲」이라는 별명이 붙은 정글을 헤치고 나가자 깎아지른 2개의 절벽사이로 시커먼 입을 벌린 계곡이 새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물을 한정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눈길을 한참이나 위로 끌고 올라가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질어질 다리가 후들거렸다.
악마의 폭포, 무지개 폭포, 중앙폭포, 말굽폭포….
2km가까이 펼쳐진 폭포의 행렬과 평균1백m이상 떨어져 내리는 낙차가 만들어내는 굉음, 옷을 흠뻑 적실만큼 휘몰아치는 수연(수연) , 그 위로 피어오른 무지개….
대원들은 이 엄청난 대자연의 위용에 압도되어 한동안 말문조차 열지 못한 채 뻣뻣하게 서있었다.
1초에 4만 가마의 물을 쏟아낸다고 하니 우리나라 설악산에 있는 대승폭포를 옆과 앞뒤로 1천개쯤 겹쳐 늘어놓았다고나 할까.
잼베지강 유역에서 기원전부터 살아온 것으로 알려진 칼를로로지족은 이 폭포를 가리켜 「모시·오·투냐」(천둥치는 연기) 라고 불렀는데 「리빙스턴」이 발견당시 영국여왕의 이름을 따「빅·토리아」로 명명한 것.
1905년에는 이 폭포가 흘러내리는 계곡위로 길이 2백m의 철교가 놓여져 잼비아∼짐바브웨간의 철도·차량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칼날같은 절벽사이에는 1969년 1백m길이의 보도용 교량도 설치, 탑승객들에게 드릴만점의 폭포구경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이 폭포는 나이애가라와는 달리 폭포 바로 위쪽의 유속(유속)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물의 흐름만 가지고는 아래쪽에 폭포가 있다는 것을 알수 없고 다만1∼2km밖까지 들리는 물소리와 하늘에서 늘어뜨린 듯한 안개의 커튼을 보고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폭포가 가까워지면서 강폭이 넓어지고 그 안에 2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어 오래전부터『누가 폭포에 가장 가까운 섬까지 배를 타고 가느냐』하는 것이 윈주민들 사이에 용기를 시험하는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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