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사의 윤리(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윤상군 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이 현직교사로 밝혀지면서 사도가 또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이 엄청난 사건의 책임을 일선 교육현장에만 물을 수 없지만 오늘의 스승과 제자관계는 어떤상태에 이르렀을까. 스승은 과연 수도를 따라 바른길로 가고 있으며, 제자는 스승을 존경과 신뢰로 따르고 있는 것일까. 바람직한 사제상을 정립하기 위해 오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개선방향을 알아본다.
『학생을 아끼고 사랑으로 가르친다. 알찬 수업에 정성을 다한다. 밝고 깨끗하게 사도(사도)를 실천한다』
서올두직동1의27 두직공원안 서울교육원 앞뜰에 있는 교사명비(교사명비)에 새겨진 글이다.
스승과 제자. 생각만 해도 믿음직하고 흐뭇한 말이다.
지난 9월16일 상오10시, 서울성수국민학교 교정에서는 유리창을 닦다가 떨어져 숨진신영순교사(40)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학생대표 손민영양(12)은 『저희들을 대신해서 청소를 해주시다가 돌아가시다니 너무나 슬픕니다. 가냘픈 숨소리만으로 이어지던 병상에서까지도 저희들의 무사를 빌어 주시던 선생님.
그 은혜에 보답하기도 전에 혼자 떠나시다니, 저희는 어쩌란 말입니까…』 울먹이면서 조사를 읽어 나갔고 5천여명의 학생들은 통곡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윤상군살해사건의 전모가 발표된 30일 하오 신문사에 걸려온 전화는 「분노」뿐이었다.
서올신림동에 사는 학부형만모씨(45)는 『큰일났다』는 소리를 수없이 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국교6년생 맏딸이 대뜸 『이젠 선생님이 불러도 가지말아야겠다』면서 아버지·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는 것이다.
또 사범대학을 나왔다는 한은행원은 일부 중·고교 교사들의 도박행위가 이러한 엄청난 사태를 몰고 왔다고까지 말했다. 자신도 가끔 동창생 교사들과 어울려 노름판을 벌였지만 『너무 심하다』는 주장. 교사들의 봉급날인 매월 17일 밤에는 일부 교사들은 으레 학교근처여관등지에 모여 포커나 고스톱판을 벌이고 월급봉투를 송두리째 날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들의 부부싸움은 월급받는 다음날이 많다는 분석까지 나오고있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신학기가 되면 국민학교 교무실은 누가 1학년 담임에 임명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말귀도 모르는 코흘리개들을 서로들 보기위한 경쟁때문이라고 a믿는 학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서울S상고 2년 정모군(16)이 자기집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하면서『도저히 학교에 가기가 싫다. 선생님은 왜 나를 미워하고 가혹하게 다루는지 모르겠다』는 일기 한토막을 남겼다. 정군의 담임은 학기초 정·부반장선거에 관여 2명의 의중 인물을 지명했으나 학생들에 의해 거부당한채 정군등이 간부로 선출되자 이때부터 정군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했던 것이다.
국민학교에서는「앞자리 앉히기」 「이름 불러주기」 「실부름시키기」가 유행했으며 담임선생「사모님」이 계주노릇을 하다가 계가 깨어지면서 사회문체로 번진일도 자주 있어 왔던 일이다.
돈과 여자와 잡기는 범인(범인)들만의 것이 아닌가. 용재백악용박사는 1954년 32개 항목의 사도강령(사도강령)이란것을 만들어 전국 교육자에게 배포하면서 필신언행(필신언행)을 강조했다.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존중과 신뢰를 실추시키는 언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43년5개월동안 교직에 몸담았다가 지난8월 정년퇴임한 전서울고교장 문영한씨는 스승의 길에는 무엇보다도 사명감·천직(천직)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마땅한 일자리가 생각나지 않으면 『선생이라도 해볼까』한다든지, 또 교원에 임용되고 나서도 『내가 선생이 되고싶어 하느냐』는 식의 사명감없는 스승은 오래가지 못하고 끝내는 일을 저질러 어물전 망신을 시키는 골뚜기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이중교수(교육학)는 교사의 윤리·도덕관 확립을 위해 대학교육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했다. 스승을 만드는데도 학점위주의 평가만 있을뿐 인성과 덕을 쌓게하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었다는 지적이다.
서올대 이영덕교수는 혼막해진 사회전체의 분위기를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면서「찰나주의」「한탕주의」사고를 버려야한다고 강조한다. 이교수는 이와함께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강조, 『어떤일이 있어도 교육의 실전자·수호자는 교사이므로 양질의 교육·참된교사가 뿌리를 내릴수 있게 사회적 배려와 차후개선도 절실하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