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4·30 재·보선 참패 원인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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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열린우리당이 '4.30 재.보선 참패 원인 분석' 보고서를 27일 내놨다. 당내 평가단이 한 달간 작업한 이 보고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 보고됐다. 스타가 없는 당 지도부와 취약한 리더십에서부터 투표율 저하에 이르기까지 패인이 광범위하게 망라됐다.

리더십과 관련해서는 '창당 후 1년 사이 의장이 여섯 번씩 교체되는 과정에서 당 지도력이 극도로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리더십의 복원이 절실하다는 요구도 뒤따랐다.

스타 정치인 부재라는 근본 문제도 거론됐다. 당 고위 관계자는 "지난 재.보선은 각 선거구에서 후보끼리 대결한 게 아니라 열린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싸웠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와 맞설 강력한 당내 스타를 만들어내지 않고선 선거 때마다 이런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당의 정체성 혼란도 패인으로 지적했다. '실용'과 '개혁'이 지루하게 노선경쟁을 하는 동안 기존 지지세력은 이탈하고, 새 지지층 유인에는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개혁 정당을 표방하면서 기치로 내건 이슈들마저 결과적으론 패인이 됐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경선을 통한 공천과 기간당원 문제다.

경선 공천 원칙에 발목이 잡혀 경쟁력 있는 후보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후보 교체 잡음도 이런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또 기간당원은 많았지만 선거에서 조직력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며, 새로 출범한 당원협의회도 결속력이 약해 선거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투표율 저하도 거론됐다. 당 관계자는 "젊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이라고 했다.

외부적 요인으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이 당 지지도를 10%포인트 이상 끌어내린 것으로 지적됐다. 성남 중원의 돈봉투 파문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개선하고, 정치개혁과 정경유착을 단절하는 성과를 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성과가 미흡했던 점이 재.보선 참패의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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