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것과 얻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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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랑스 사람처럼 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다. 부동산과 골동품보다도 금은 프랑스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는 재산저축수단이자 증식수단이다. 한집에 평균 2만4전프랑(약2백88만원)어치를 갖고있다는 통계도 있었다.
얼마전 누벨옵세르바퇴르지의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숨겨논 금이 모두 5천t 내지 6천t 현금은 9백9억달러내지 1천9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어지간히 재산을 숨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이런 알부자들이 「미테랑」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유세의 신설로 비상이 걸렸다.부유세는 금·부동산·골동품·유산상속등 개인의 총재산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연산만달러 이상인 상류층을 집중 강타할 속셈인데 이 부류에 속하는 상류해은 프랑스 전가구의 34%에 이르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국유화에 이어 부유세 신설이 추진되자 세금추징에 불안을 느낀 이들은 금을 해외로 빼돌리기 시작했다. 직접 동기가 된것은 지금까지 무기명으로 돼있던 금거내가 기명제로 바뀌었고 은항에 보관된 귀중품의 소유주 조사가 진행된것. 결국 알부자들의 정수가 탄로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 10월 두달동안 프랑스 국경에서 세관에 적발된 밀반출 재산이 1천7백만프랑, 약21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도 아직 빙산의 L일각일뿐이다. 이미 약60억달러의 현금을 합쳐 수백억달러의 재산이 해외도피 된것으로 추산된다.
도피방법도 갖가지. 자동차 카페트 밑에 고액권(5백프랑)을 깔아 놓는가 하면 장바구니속에 금을 넣는 허허실실의 수법, 헬리콥터까지 동원해서 스위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인접국으로 수송하는 방법까지 동원된다.
올 상반기에만 1만5백64개 회사가 파산한 프랑스에서 부자들의 재산도피는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으나 부유층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날씨가 추워지면 제비가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듯이 프랑스 자본도 「추위」를 피해 이동하는 것이다』-자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비교적 온건한 국유화정책인데도 외국합작회사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난 것에 비하면 프랑스 국민의 재산도피는 무엇인가 숨기거나 아끼는데서 마음의 행고를 찾으려는 인간본생을 건드린데서 비롯된것 같다.
결국 「미테랑」의 개혁이 잃은것은 자본주의의 미덕이고 얻은것은 마음속의 추위뿐으로 전락할지 궁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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