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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자원봉사 활동으로 노익장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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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23일 오후 11시께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로데오거리. 유흥업소들의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고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거리에서 양복 차림의 한 노신사가 '공명선거'라고 쓴 어깨띠를 두르고 행인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잘못 뽑고 후회하지 말고 유권자의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합시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선진선거문화를 이룩합시다."

원로 가수 남강수(본명 李東輝.65.경기도 고양시 성사2동)씨. 그는 이날 4.24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목이 터져라 공명선거 및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였다. 거리 뿐만 아니라 식당.카페.PC방과 유흥업소까지 찾았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고양시 덕양구와 의정부시를 네차례나 돌며 캠페인을 벌였던 남씨는 시민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즉석에서 거리공연.노래자랑대회 등을 열기도 했다.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공명.참여선거가 자리잡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거리로 나서게 됐습니다."

고(故) 남인수 선생 모창가수로 유명한 남씨는 연예계의 숨은 자원봉사자다. 그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 그동안 일주일에 4~5일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했다.

지난달에는 대구지하철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신이시여 보호하소서'라는 추모곡을 발표하고, 자비로 만든 음반 5백장을 지하철역 등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그는 재소자.경찰관.군장병 등을 위한 위문공연도 수 없이 펼쳤다. 대한불자가수회 명예회장.충효예실천운동본부 부총재.대한적십자사 홍보위원 등도 맡고 있다.

남씨는 "국민에게 사랑을 받은 연예인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늘진 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웃을 도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남은 여생을 바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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