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개 주마다 교육정책 제각각 … 공립도 교과 과정 자율성 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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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자율이다. 한국처럼 중앙정부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모든 것을 관리·감독하지 않는다. 교육 행정의 권한을 51개 각 주(州)가 행사한다는 말이다. 공립학교도 수업 교재 선택이나 교사 채용, 교과 과정 편성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주 교육국에선 각 학년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한다. 주에 따라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제가 5-3-4제나 6-3-3제 등으로 차이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중시하는 사립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같은 배경이 있다.

미국 역시 한국처럼 학력수준 점검을 위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는데, 크게 주 단위 학업성취도와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로 나뉜다. 주 단위 학업성취도는 매년 공립 초·중·고 3~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수학 실력을 평가한다. 다만 주마다 보는 시험이 다르고 평가 학년 범위도 다르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는 3~1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API(Academic Performance Index)를, 뉴욕주는 3~8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NYSTP(New York State Testing Program)를 보는 식이다.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인 NAEP(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는 각 주 4·8·12학년을 대상으로 치르는데, 모든 학생이 참가하는 게 아니라 표본 학교를 선정한 뒤 일부 학생만 본다.

평가 결과는 각 주 교육국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한국은 학교 평균만 공개하지만 미국은 평가 결과를 개별 학생·학부모에게 공지할 뿐 아니라 학교·학년·남여·지역 평균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또 각 학교의 백인·흑인·아시안·히스패닉 재학 비율과 이들 인종의 평균 성적도 공개한다. 다인종·다민족 국가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세심한 결과 공개 덕분에 학부모는 다른 지역 학교에 비해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 교육 환경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정보의 투명한 공개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성적 공개를 학교 서열화라는 식의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미국은 학생·학부모의 교육 선택권 차원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서도 당연히 좋은 학군이 따로 있다. 교육열 높은 백인·아시안계 재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가 일단 학력이 높아 좋은 학교로 꼽힌다. 각 지역마다 이런 학교가 밀집한 곳이 좋은 학군이다. 로스앤젤레스 어바인이나 뉴욕 퀸즈가 대표적이다. 미국도 우수한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이사를 하는 등 좋은 학군을 찾는 부모가 많다. 이 때문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값이 몇 만 달러 차이가 나기도 한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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