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차린 류현진, 날려 버린 다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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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7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예상보다 빠른 투수 교체가 다저스의 승리 기회를 날렸다. [중앙포토]

류현진(27·LA 다저스)은 무기 하나를 잃은 채 싸웠다. 오른손 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빠른 공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바깥쪽을 공략하는 빠른 공과 커브로 세인트루이스 강타선을 이겨냈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다저스가 1-3으로 지긴 했지만 류현진은 눈부신 피칭을 했다.

 지난달 13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왼쪽 어깨 부상을 입은 후 24일 만의 등판이었다. 실전등판 없이 중요한 경기에 나섰지만 류현진은 역시 류현진이었다. 명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데일 스콧 주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쉬웠다. 류현진이 승부구로 찔러 넣는 몸쪽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데 인색했다. 1회 초 2사 풀카운트에서 맷 할러데이에게 던진 몸쪽 직구가 볼로 판정받은 게 시작이었다. 이 같은 판정이 몇 차례 반복되자 류현진은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스트라이크존이 넓어 타자들과 계속 언쟁을 벌였던 스콧 주심은 유독 류현진이 던진 (우타자) 몸쪽 공에는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았다. 경기 후 류현진은 “아쉽지만 심판 판정은 어쩔 수 없다”고 푸념했다.

 류현진은 1회부터 최고 시속 94마일(약 151㎞) 강속구를 뿌렸다. 부상 우려를 날리는 시원한 피칭. 다만 서클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완벽하지 않아 초반 투구수가 늘어났다. 류현진은 느린 커브를 직구와 섞어 던지는 패턴으로 재빨리 바꿨다. 2회 말 무사 1·2루에서 세 타자를 연속 범타로 잡아낸 류현진은 0-0이던 3회 말 선두타자 맷 카펜터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우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다저스 타선은 4회 초 헨리 라미레스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류현진은 4회부터 6회까지 위기 없이 막았다. 그러나 7회 초 투아웃 타석에서 스캇 반 슬라이크로 교체됐다. 류현진의 피칭이 점차 좋아지고 있었고, 투구수도 94개여서 교체는 다소 이른 것으로 보였다. 류현진 대신 7회 말 등판한 왼손 스캇 엘버트는 콜튼 웡에게 결승 투런홈런을 맞았다.

 패배 후 돈 매팅리(53) 다저스 감독은 “긴 공백이 있었지만 류현진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줬다. 5이닝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한 박자 빨리 류현진을 교체했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언론은 비판을 쏟아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매팅리 감독이) 다저스 불펜을 계속 엉망인 상태로 유지했다. 앨버트는 지난 2년간 세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다. 그가 장타 3개를 맞고 류현진의 복귀전을 망쳤다’고 썼다.

 지난 4일 1차전부터 매팅리는 궁지에 몰렸다. 6-2로 앞선 7회 초 클레이튼 커쇼가 투아웃을 잡는 동안 6피안타 5실점할 때까지 불펜을 가동하지 않았다. 늦은 교체 후 페드로 바에즈가 3점포를 맞아 다저스는 9-10 역전패했다. 5일 2차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잭 그레인키가 바뀌자마자 J P 하웰이 8회 초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다저스가 3-2로 이기긴 했지만 매팅리의 마운드 운용은 끊임없이 의심을 받았다.

 3차전에선 류현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교체를 서둘렀다. 그러나 과거 류현진이 어깨 통증을 일으켰을 땐 한 박자씩 늦게 바꿨다. 이날 류현진은 6회까지 시속 93마일(약 150㎞)의 공을 던졌던 터라 더욱 아쉽다. 시리즈 1승2패로 다저스가 탈락 위기에 몰리자 매팅리는 미국 기자들의 날 선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뺐다. 미국 기자들은 류현진에게 “더 던질 수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류현진은 “물론이다. 어깨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교체되지 않았다면 더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저스가 시리즈를 뒤집는다면 류현진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더 좋은 피칭을 하는 걸 기대할 수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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