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감…" 「길어진밤」에 환영일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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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통금36년」의 제약이 내년부터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 국민들은 환영할만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귀가전쟁을 치러왔던 직장인에서부터 통금으로 경제활동을 제약받아왔던 경제인·관광·서비스·상인등 사회각계층에서도 통금해제를 반가운 소식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그동안 국민의식수준이 크게 성숙했고 88년 서울올림픽개최를 앞두고 관광유치에도 도움이 되며 충북·제주등 이미 통금이 없는 지역의 성공적인 경험을 봐서도 통금 철폐가 때늦은 감이 없지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가정주부들은 남편의 귀가시간이 한층 늦어지고 자녀들의 풍기문제를 걱정하면서 강·절도사건도 늘지않을까 우려하기도했다.
▲배?광씨(24·주부·서울화곡동)=통금이라는 제도가 분명 정상적인 것이 아닌데도 오랫동안 우리 생활의 일부로 굳어져 비정상적이라는 인식조차 없어졌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만큼 우리가 길들여져온 셈이다.
다만 신혼주부로서 한가지 걱정은 통금해제가 바깥 남자들의 귀가시간을 늦추고 많은 가정주부들을 애태우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김우룡씨(43·관광업자·서울크라운관광호텔전무)=관광업계 종사원으로서 매우 반가운 뉴스다.
업체의 성격상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데 그들은 통금에대해 매우 불편하고 심리적으로 억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통금이 해제되면 본격적인 나이트 투어(밤8시∼자정)를 개발, 사업차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에게 밤시간을 이용해 제대로 관광을 시키고 영업시간을 연장할 경우 지금보다 30%이상의 관광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
▲이모양(21·서울영등포구1가 K홀종업원)=주로 저녁시간에 근무하는 직장여성들에게 통금해제조치는 곧 작업시간의 연장을 뜻한다.
작업시간의 연장으로 수입이 더 오를 것일라는 보장은 없지만 기대는 크다.
이밖에 귀가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근무할수 있어서 좋을 것같다.
그러나 통금이 해제되고 근무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때문에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업주들이 필요이상으로 혹사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영수씨(31·택시운전사·서울상도3동279의49)=통금해제조치는 운전사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어 교통사고를 방지할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대부분의 교통사고가 밤11시이후 통금시간에 쫓겨 과속으로 달리다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뼁소니사고 예방에는 더큰 도움이 될 것같다. 통금전까지 일당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수입을 올리려고 무리한 합승을 하고 과속으로 달리며 신호를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
▲이남일씨(32·상인·서울방산동99 동원상회 주인)=일반 생활에는 당장 큰 변화는 없겠으나 상인들로서는 유통시간·영업시간 연장등 눈에 띄게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금해제후 한동안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극복, 우리도 선진시민이 되어야 할것이다.
▲김경임양(21·이화여대3년)=외국처럼 통금이 없는데서 생활, 스스로 적당한 시간에 상점문을 닫는등 자율적 태도가 생활화되고 잃었던 내시간을 되찾게되어 좋으나 밤의 시간이 생산보다 소비쪽으로 흐르는 생활패턴은 일시적으로라도 없어야하겠다.
▲이강세씨(44·선경전무)=심리적으로 퍽 자유스러움을 느낀다. 무역하는 입장에서 보면 외국바이어들은 이제 한국이 안정돼가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통금이 없는 외국에서 온 바이어들과 상담, 접대하는데도 편리할 것이다.
▲박호만씨(43·서울상도파출소방범대장)=언젠가는 없어져야할 것이었다.
그러나 방범일선의 첨병노릇을 하는 우리로서는 다소 불안한 마음이 앞서기도한다.
범죄꾼은 점차 지능화되고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의 방범인력이나 장비를 보강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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