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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회의 Q&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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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는 제12차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가 본격 개막됐다. 이 대회가 어떤 대회인지, 이 대회를 통해 논의된 사항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1. 강원도 평창에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 회의는 어떤 회의인가.

=한 마디로 말해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이 모여 여는 회의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을 확대·증진시키기 위해 인류 사회가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다양한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다루는 국제 환경협약이다.

이 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더불어 유엔이 주관하는 3대 환경협약 가운데 하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환경회의 때 채택됐고, 1993년 2월 발효가 됐다. 한국은 꼭 20년 전인 1994년 10월에 가입했다.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은 2년마다 총회를 개최한다. 올해가 12번째 총회다.

이번 제12차 회의는 지난달 29일 시작돼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194개 협약 당사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대표, 시민단체 관계자, 기업 관계자 등 2만 여명이 참석한다. 매번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서 논의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어떻게 하면 자연계에서 다양한 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이다.

인구증가와 도시개발, 삼림파괴 등으로 인해 야생 동식물들은 살아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만7000종의 야생 동식물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류로 인해 생물 종의 멸종 속도가 1000배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고, 지난 40년 동안 야생동물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같은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1~2020년을 ‘생물다양성을 위한 10년’으로 정했다. 또 2010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아이치 목표(Aichi Targets)’도 정했다. 각국 정부가 달성해야 할 5개 분야 20개 목표를 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치 목표 11번 항목’을 보면 2020년까지 각국은 육지와 내수면 면적의 17%, 바다와 해안의 1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아이치 목표 15번 항목’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를 위해 2020년까지 훼손된 생태계의 15%를 복원토록 정해놓고 있다.

2. 회의 일정이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7일까지 3주간이나 되는데, 회의 기간이 긴 이유는 무엇인가.

=본격적인 회의는 6일부터 시작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로 17일까지 열린다. 회의가 길어진 것은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는 김에 협약과 관련된 두 의정서 가입국들의 회의도 열리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협약에는 두 개의 의정서가 있다. 바로 카르타헤나 의정서와 나고야 의정서다.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 동안 열린 회의는 카르타헤나 의정서 회의다. 카르타헤나 의정서는 바이오안전성 의정서라고도 하는데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국가간 수출입 문제와 안전성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한국은 2007년에 가입했다.

13일부터는 나고야의정서 회의도 열린다. 나고야 의정서의 정식명칭은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다. 말 그대로 다른 나라의 생물 유전자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이를 가져가서 약품 등을 생산해서 이익을 얻었다면 자원 제공국과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를 주로 다루고 있다. 생물유전자원이라는 벼·보리·옥수수 같은 식량이나, 면화·동물가죽 같은 옷, 집을 짓는 목재, 전통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재 등 동·식물로 나온 재료들이다. 이런 것들이 생물유전자원이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지식이 늘면서 생물자원의 응용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생물체로부터 다양한 항암제 진통제 항균제 등 약품을 얻고 있는데 이런 것도 생물유전자원이다. 나고야 의정서 회의는 이번이 첫 회의다. 2010년 일본 나고야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이후 지난 7월 14일까지 세계 50개국이 비준을 했고, 90일이 경과한 오는 12일 발효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와 관련해서 세계 각국이 관련 정보를 어떻게 교환할 것인지 논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정보센터를 설치해서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또 두 나라 사이에서 이익 공유를 위한 계약을 맺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 하는 다자간 이익 공유 체계를 만들자는 것도 회의 주제에 들어있다.

3.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되나.

=우리나라는 나고야의정서에 서명은 했지만 아직 비준은 하지 않았다.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산업부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비준을 해야 한다는 환경부 등 정부 부처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의장국이 아니라 옵서버의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 중국, 독일 등도 아직 비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준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고야 의정서의 발효로 생물 주권 확립 시대가 열렸다. 이미 다른 나라의 생물유전자원에 허가 없이 접근하거나 함부로 가져다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유전자원을 이용해 약품 등을 생산했다면 그 이익의 일부를 자원 제공국가에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나고야의정서의 발효에 따라 연간 3500억 원에서 5000억 원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4. 그동안에는 특정 국가의 토착 생물자원을 거대 제약사들이 무단으로 이용해서 막대한 돈을 버는 경우도 있었다는데, 어떤 사례들이 있나.

=타미플루(Tamiflu)가 대표적인 예다. 스위스 로쉐홀딩(Roche Holding)사가 개발한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인데,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의 인정을 받았다. 이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식물이자 향신료로 널리 쓰이는 팔각회향(Star Anise, Illicium verum)에서 인체면역력을 활용한 것이다.
로쉐홀딩 측은 타미플루 개발로 연간 20억에서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에서 3조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지만 정작 원산지인 중국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큰 섬 마다가스카르에는 ‘로지 페리윙클(Rosy Periwinkle)’이란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이 식물에는 항암성분인 ‘빈크리스틴(vincristine)’이 함유돼 있고, 이 성분은 호지킨병, 즉 유년기 백혈병의 특효약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밝혀지기 훨씬 전인 1950년대부터 ‘로지 페리윙클’이 다른 열대지방 국가들로 재배지가 확산됐고, 마다가스카르는 아직 로열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에는 님(neem)이란 나무가 있는데 인도멀구슬나무라고도 불린다. 인도 사람들은 4000년, 5000년 전부터 살균제·해독제 등으로 사용해왔다. 1994년 미국 그레이스(WR GRACE)사는 님 나무 추출물 등을 포함한 성분으로 곰팡이를 제거하는 생물 살균제를 만들었고, 유럽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유럽연합 녹색당과 인도 사회단체 등이 님 나무 추출물이 곰팡이를 죽인다는 사실은 인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2005년 특허가 취소됐다.

후디아(Hoodia)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 지역의 산(San)부족이 전통 약초로 사용해온 것이다. 칼라하리 사막에서 사냥할 때 공복과 갈증을 해소하는 데 사용했다. 남아공 과학산업연구부(CSIR)는 이 같은 후디아의 효능 물질을 정제해 1998년 국내 및 국제 특허를 냈다. 2002년 영국제약회사인 파이토팜(Phytoparm)에 라이선스를 양도했고, 이들은 유니레버와 비만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개발에 나섰다.

당초에는 산족들에게 그들의 전통지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계획도 없었지만 남아공 과학산업연구부는 2003년 산족 측과 협의를 통해 후디아 산물의 판매액의 6~8%를 지불하기로 했다. 한편 유니레버 측은 2000만 유로, 우리 돈 270억원을 연구비로 투자했지만, 임상연구 결과 후디아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시장에 내놓을 만큼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판단에서 2008년 사업을 접었다.

5. 그러면 앞으로는 이 팔각회향을 이용해서 약을 만들 경우, 이익을 중국에 나눠줘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 각 생물유전자원 원산지가 어딘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한다면 유전자원 제공국에 이익을 나눠줘야 한다. 중국의 경우 타미플루 만들어서 거둔 이익을 돌려받기 위해 조만간 국내법을 정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나라, 다른 생물유전자원에 대해서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익 공유에 대한 국제적인 절차나 기준이 자리 잡을 때까지는 분쟁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개발한 신약을 많이 팔고 있는데, 앞으로 약값 부담이 늘어나지 않겠는가.

=외국의 생물유전자원에 바탕을 둔 의약품 같은 경우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도 약값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외에서 천연 성분을 수입해 생산하는 화장품의 경우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외국에서 생물유전자원을 들여온 게 분명한 경우는 분쟁의 소지가 적지만 생물유전자원과 연관된 전통지식의 경우 분쟁의 소지가 크다.
예를 들어 중국 측에서 우리 한의학 지식을 놓고 자신들의 전통 의학지식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들이 고려인삼마저 자신들의 한약재라고 주장한다면 우리 한의학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결국 전통지식에 대한 우선권을 어느 시점까지만 인정할 것이냐 하는 것도 나고야 의정서 회의에서 정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7.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유출된 생물자원은 없나.

과거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 가까이는 1980년대까지도 외국의 전문가들이 국내에 들어와 생물자원을 채집해 가는 일이 많았다. 20세기 초 제주도에서 채집한 구상나무가 해외로 반출돼 품질 개량을 거친 뒤 서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됐다.

또 1947년 서울 북한산 백운대에서 채집한 털개회나무는 조경수로 번식돼 ‘미스김라일락’이란 이름으로 미국 라일락시장을 장악했고, 1970년대에는 오히려 우리나라에 역수입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생물 주권 확보 차원에서 일부 동식물을 국외 반출 승인대상 동·식물 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외국으로 가져갈 수 있는 생물종이다. 환경부는 반출 승인 대상에 2012년 2월 물방개·꽃등에·사슴벌레 등 437종을 추가했고, 현재는 1971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미스킴라일락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반출 승인대상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8. 이번 회의에서 반도의 허리, 남북한을 둘로 나눈 비무장지대, DMZ가 주목을 받고 있다. DMZ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DMZ는 60년 이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다. DMZ, 즉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의 면적은 남한 전체의 8.1%에 불과하지만 남한 전체 동·식물 종의 30%가 살고 있을 정도로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종도 많고, 다양한 생물자원이 있다.

과거 냉전시대 때 동유럽과 서유럽을 갈라놓은 철의 장막이 있었고, 유럽에서는 냉전시대 철의 장막 주변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그린벨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한반도의 DMZ는 이보다 훨씬 더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다.

동유럽 체코와 폴란드는 두 나라가 함께 운영하는 국립공원이 있다. 1959년에 지정된 폴란드의 카르코노제 국립공원과 1963년에 지정된 체코의 크르코노세 국립공원은 1992년 유네스코 접경지역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공원은 70여 가지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사실상 하나의 공원처럼 운영되고 있다. 통일되기 전이라도 남북한이 DMZ 생태계 보전에 협력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이 화해 협력한다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우수한 생태관광지로 개발할 수도 있고, 유용한 생물유전자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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