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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금의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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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1면

에피큐리언(미식가) 의 메뉴가운데「스모크드·새먼」을 빼놓을 수 없다. 훈제연어.
옛날에는 수라에도 반겨 오르던 물고기다. 담백한 맛에 향기도 은은하다.
우리 선조들의 호사스러운 음식솜씨는 연어포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포를 떠서 아홉번을 찌고 아홉번을 말리는 구증구포를 거듭해 계피와 오미자로 가향을 하고 꿀을 발라 술안주로 삼았다.
요즘 이 진귀한 물고기가 강원도 양양읍의 남대천에 때를 지어 나타나 주민들의 환호를 사고 있다. 이틀 사이에 무려 1백7O여마리가 그물에 걸려 들었다. 크기도 60cm에서 1m나 되는 성어들이다.
연어는 바다와 강을 회유하는 특이한 생태의 물고기다. 일생동안 넓고 깊은 바다에서 찬물결을 따라 헤매는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나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민물의 하천으로 무리를 지어 되돌아온다. 3∼6년만의 금의환향이다. 자주
이때의 모습이라니 장관이라고 한다. 적자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연어들은 알을 품고 당당한 모습으로 마치 천군만마의 행군처럼 물살을 거슬러 밀려온다. 큰 강에선 하루 50km, 작은 하천에선 하루 2∼4km의 속도로-.
때로는 3m내외의 폭포까지도 점프를 한다. 영어의「새먼」이란이름도 원래 「뛰어오른다」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깊은 계곡에선 그런 물살을 지켜보던 곰이 횡재를 하는 수도 있다. 뛰어오르는 연어를 낚아채는 것이다.
우리나라 하천의 연어들은 멀리 북양의 한류역에서 천신만고의 여로를 거쳐온 것이라고 한다.
연어에는「압경두」라는 정밀한 감각기관을 갖고있다. 감각세포의 집단으로, 아마 IC(집적회로)와같은 기억장치의 구실을 하는가보다. 연어의 모천회귀성은 바로 이 기억장치에 의해 가능하다.
이들은 수심 60cm내지 90cm의 모래자갈이 깔려있는 바닥에 산란을 한다. 암놈이 꼬리를 흔들어 직경 lm. 깊이30cm의 산란장을 만든다. 이미 험한 바다에서 만난 신랑은 그 옆에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시기는 만추를 넘기는 10월과 11월. 이 무렵의 수온(7∼9도)이 맞기 때문이다.
투명한 앵두모양의 알이 몇 번에 걸쳐 3천 내지 6천개나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들의 달콤한 밀월은 산란과 함께 깨어지고 만다. 암놈은 그것으로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연어의 족보는 백악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6천수백만년전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어의 종류는 32종. 우리나라에만 12종의 연어가 있다. 옛 중국의 사신들이 우리나라를 들르면 바로 그 연어를 잊지않고 갖고갔다는 고사도 있다. 낙동강· 형산강·강구천, 강원도 삼척천·강릉천·적벽강등이 연어의 이름난 산란지들이다.
이번 연어의 환향은 아직도 연어가 알을 낳을만한 깨끗한 강이 남아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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