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 놀리는 총기난사·구타사망 솜방망이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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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육군은 지난달 30일 열린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서모 전 22사단장(소장)과 이모 전 28사단장(소장)에게 각각 감봉 1개월과 근신 10일의 징계를 내렸고,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2일 이를 최종 승인했다. 징계 대상자들은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사망 사건 당시 해당 사단장이었다. 사단장급 이상의 징계는 2012년 10월의 동부전선 ‘노크귀순’ 사건으로 당시 22사단장이 견책 처분을 받은 지 2년 가까이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징계 수준은 사건 파장과 국민감정을 생각할 때 말도 안 된다. 충격적인 두 사건 이후 국민은 군에 과거의 악습을 완전히 뿌리뽑고 병영을 철저하게 쇄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이루려면 군의 자성과 인식 전환이 급선무다. 이런 상황에서 총기난사와 구타사망 사건에 대한 사단장 징계를 감봉과 근신 정도로 끝낸다면 군의 쇄신과 재발 방지 의지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군 간부들의 적극적인 병사 관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제대로 묻는 풍토가 절실하다.

 특히 윤모 일병 집단구타 사망은 인간 존엄을 말살하는 수준의 잔인한 사건으로 국민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안겼다.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가혹행위를 이 정도의 징계로 덮으려 한다면 국민이 군을 신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된다면 앞으로 어떤 군 간부가 병영폭력 문제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지겠나. 국민을 더 이상 놀리지 말라.

 병영 내 가혹행위가 조직화·구조화하고 대물림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한 군 간부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이런 상황에서 군이 진정으로 기강을 쇄신하고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식을 보낼 수 있게 하려면 고통이 따르는 자성과 쇄신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일벌백계는 병영 쇄신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과연 사단장까지 징계하고 끝낼 일인지도 의문이다. 국민이 수긍할 만한 수준의 군 쇄신 조치를 기대한다. 국민은 믿을 수 있는 군대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