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보유 시인] 美 전문가 4人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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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보유 발언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에게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전문가 네 명의 분석과 전망을 들어보았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조지타운대 교수)=이런 식의 북한 태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뿐 아니라 역대 어느 행정부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강경파들은 이제 '자 봤지, 북한이 어떤지'라며 온건파들을 더욱 압박할 것이고 그 핵심에는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있을 것이다.

대결 국면을 피하는 방법으로는 유엔 안보리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중재 역할, 즉 '안전을 보장할테니 북한도 확실히 핵무기를 제거해라'는 식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마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발비나 황(헤리티지 재단 연구원)=다음주에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의 의도가 좀 더 확인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강하게 나가고 한국에는 유화 제스처를 쓰면서 한.미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북한을 다시 대화에 끌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다.

이라크에서 군사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북한도 공격하라는 여론이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했듯이 북한 공격 여론이 높아도 현실을 고려해 외교적 해결을 선택할 것이다.

◆빅터 차(조지타운대 교수)=당초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정도라고 여겨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최악의 상황이 돼버렸다. 내가 보기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라크전을 보면서 '핵무기만이 살 길'이라고 단정했을 수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 내 강경파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번 회담에서 뭔가를 얻어내려고 최선을 다했겠지만 북한이 계속 양자 회담을 고집하면서 막혀 버렸을 것이다.

앞으로 럼즈펠드 장관을 비롯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불가피할 것이다.

유엔을 통할 것인지 중국을 거칠 것인지 방법의 선택만 남은 정도다. 이번 3자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도 중요한 관건이다. 중국은 당장이라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큰 압력 수단이 있다.

◆미첼 라이스(윌리엄-메리대 국제문제대학 학장교수)=북한이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한 것은 자신들은 이라크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다.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핵무기로 한국.일본은 물론 미국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유엔을 통해 북한 비난 성명을 채택하고, 경제적인 제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한.중.일 3국이 북한 제재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미 행정부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선 북한을 폭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을 어떻게 방어할지, 주한 미군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주한미사령관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김종혁.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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