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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회식 또 야근 … 30대 남성 절반 비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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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 박모(38)씨는 입사 10년 만에 체중이 약 13㎏ 늘었다. 신입사원 시절에 비만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지난 10년간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주 그의 일정표를 보자. 월요일 부서 회식, 화·수요일은 야근, 목요일엔 대학 동창 모임, 금요일은 거래처 저녁 식사. 일·술·과로·과식으로 빈틈 없이 꽉 채워졌다.

 박씨는 “모임이 2~3차로 이어지면 자정 넘어 치킨을 뜯거나 골뱅이에 폭탄주를 먹고 마시는 날이 흔하다”며 “주말엔 피곤하고 귀찮아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습관처럼 야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운동은 3~4개월에 한 번 정도 치는 골프가 전부다.

 주 중엔 자정 이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거의 없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입사지원서의 ‘몸무게 72㎏’은 옛이야기가 됐다. 키 1m76㎝인 그의 몸무게는 요즘 83~85㎏을 오간다. 체질량지수(BMI)는 27이어서 의학적 기준으로 이미 비만이다.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가 25를 넘으면 한국인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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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3년)에 따르면 30대 남자 2명 중 1명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비만율은 20대 29.3%에서 30대에 47.1%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40대(41.5%)·50대(40.8%)·60대(29.3%)·70대 이상(26.2%) 등 나이가 들수록 비만율은 떨어졌다.

 반면 여성 비만율은 60대(42.7%)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20대는 14.4%로 낮았지만 30대(17.9%)·40대(25.7%)·50대(33.7%) 등 나이가 들수록 비만 인구가 늘어났다.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하는 비만도(남자 90㎝, 여자 85㎝ 이상이면 비만) 조사에서도 60대 여성 비만율은 36.8%로 높게 나왔다.

 남녀 비만율이 연령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식사·음주·흡연·운동 등 생활습관과 노화에 따른 호르몬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경원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장은 “30대 남성은 술자리가 잦아 식사량이 늘어나는데도 격렬한 신체활동이 20대 때에 비해 줄어들기 때문에 비만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상우 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금의 30대 남성이 어릴 때인 1980년대는 맥도날드·롯데리아·피자헛 등 패스트푸드가 국내에 본격 보급된 시기였다”며 “패스트푸드가 비만도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60대 이후 여성 비만율이 높은 이유는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연관이 있다. 가정주부 이모(63)씨는 50대 초반부터 몸무게가 서서히 늘기 시작해 지금은 약 70㎏(키 1m63㎝)이다. 윤씨는 “젊었을 때는 날씬한 편이었고 나이 들어 식사량이 늘지도 않았는데 옷 치수가 20년 새 두 단계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활습관을 바꿔야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오상우 교수는 “여성 호르몬이 줄고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량이 증가하고 내장 지방이 더 빨리 쌓인다”며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근력 운동과 관절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대 남성의 높은 비만율은 40~50대에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비만이 시작된 후 10년이 지나면 지방간·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질병이 생기고 다시 5~10년 후 심장병·뇌혈관질환 등이 나타난다”며 “30대에 비만을 잡지 않으면 건강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상우 교수는 “늦은 시간 음주를 줄이고 수면을 8시간 정도 충분히 취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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