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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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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江南通新은 이번 주와 다음 주 2회 연속으로 웰다잉을 커버스토리로 다룹니다. 최근 들어 부쩍 사람들 관심이 쏠리는 주제죠. 그래서 사실 더 쓰기 어려웠습니다. 웰다잉을 주제로 한 기존의 언론보도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존엄사나, 수의 입고 관에 들어가는 임종체험을 통해 자신의 지난 생을 돌이켜보자는 식의 이야기를 다룬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왠지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적지 않은 고민 끝에 나름 찾아낸 답이 이번 주 커버스토리 ‘삶 속의 죽음’입니다. 잘 죽는 게 무엇인지 얘기하기 전에 죽음 그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죽음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올해는 세월호 참사 등 유난히 비극적인 사건사고가 많아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죽음학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관련된 인물을 인터뷰하면서 오히려 지금이 죽음을 얘기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죽음을 통해 삶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삶과 평등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사람은 막연하게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마치 나만은 영원히 살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노자·장자 철학을 연구하는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며 ‘나는 곧 죽는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그러면 더 진실해지기 때문이라죠.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가 떠오르지 않나요. 잡스 역시 매일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낱 전자기기에 불과한 아이폰 등 잡스가 내놓은 수많은 애플 제품에선 뭔가 철학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나옵니다. 단순히 디자인이나 기능으론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죽음학 전문가들이 “죽음교육은 죽음에 임박했을 때가 아니라 젊었을 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중 하나는 죽음과 삶은 서로 떼어내 존재할 수 없는만큼 죽음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삶이 더 깊어지기 때문 아닐까요.

 “삶의 자리에서 죽음을 보지 말고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바라보라”는 정진홍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말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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