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는 해외교육 리포트] (22) 이스라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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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1990년대 이스라엘 정부의 국비 장학생에 선발돼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두 차례 공부한 적 있다. 이 인연으로 2000년 1월 히브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기로 했고, 임신 중이던 나까지 이스라엘에 살게 됐다. 아들 헌재는 도착 4개월 만인 2000년 5월 태어났다. 미국은 속지주의라 본토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권을 주지만, 민족을 중시하는 이스라엘은 그 나라 국적의 부모를 둬야 시민권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물론 여기서 태어난 헌재도 이곳에선 모두 외국인이다.

이스라엘은 종교색이 매우 짙다. 사람을 구분할 때도 종교인인지 세속인인지부터 가른다. 사실 일부러 구분하려 하지 않아도 종교인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흰셔츠에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 매일 수시로 기도하고 늘 유대교 기도책인 트힐림(Tehillim)을 들고 다니며 읽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지리산 청학동 사람들 같다고나 할까. 이스라엘인 대다수는 물론 세속인이다. 유대교를 믿고 율법은 지키지만 다른 일상은 평범하다. 종교인과 세속인을 구분하지만 서로 단절된 게 아니라 섞여 살아간다. 예컨대 남편은 종교인이지만 아내는 세속인인 경우도 흔하다.

‘엔케렘’ 근처 ‘싸타프’로 야외 수업에 나선 모습. 엔케렘은 ‘맑은 물이 솟아나는 포도원의 샘’이라는 뜻으로 세레요한 탄생 교회가 있는 관광지다. 싸타프는 엔케렘에서 불과 1㎞ 떨어진 곳으로 이스라엘이 로마 지배를 받던 시기 로마 귀족의 별장이 있던 곳이다.

외국인도 똑같은 공교육 혜택

이스라엘 민족은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의식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처음엔 왠지 외국인인 우리를 차별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선입견이 조금 있었다. 그러나 남편과 내가 각각 박사·석사를 마치고 헌재가 이스라엘 국립학교인 테디 콜렉에 다니면서 이런 걱정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스라엘에선 한국인은 물론 동양 사람도 찾기 어렵다. 그래서였는지 헌재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씨니’(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대화하고 토론하는 협업 수업이 많고 야외 활동도 잦다보니 금방 친해졌다. 친해지면 친절은 기본이고 외국인이라도 굉장히 스스럼없이 대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처럼 외국인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건 그들 역시 48년 건국 후 이주해온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교사들 역시 원래 쓰던 언어를 버리고 히브리어를 새로 배워야 했던 경험, 이질적인 사람끼리 부대끼며 갈등을 겪었던 일 등을 통해 외국인을 잘 이해하는 만큼 더 챙겨주려고 한다.

엄마 이영란(가운데)씨와 아들 이헌재(오른쪽) 군과 딸 유정 양.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외국인에게도 자국민과 똑같은 혜택을 준다. 외국인 자녀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집의 아르노나(집세)를 내고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인근 지역 국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국립학교의 공용어는 지역에 따라 히브리어, 또는 아랍어를 택한다. 히브리어를 쓰는 국립학교가 당연히 더 많다. 아랍어 학교는 48년 이스라엘 건국 전부터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다른 아랍계 유대인을 위한 곳이다. 히브리어 학교는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아랍어 학교는 히브리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친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PET는 히브리어로만 치러지기 때문에 사실상 아랍계 학교 졸업자는 대학에 들어가기 어렵다.

헌재는 이스라엘에서 나고 자라 히브리어에 능하지만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온 주변 한국 학생을 보면 히브리어 배우는 데 1~2년은 걸리는 것 같다. 그만큼 히브리어가 배우기 쉬운 언어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어순이나 문법 등이 영어와 많이 비슷해 영어에 익숙할수록 히브리어도 빨리 배운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저학년이라면 히브리어를 전혀 못하는 외국인도 바로 입학시켜 친구와 놀면서 익히게 한다. 하지만 4학년 이상 고학년은 교육부가 설립한 히브리어 학당에서 1~2년간 언어를 익힌 후에야 입학할 수 있다.

보고 듣고 스스로 깨닫는다

테디콜렉 중학교 학부모 회의 모습.

이스라엘 학교의 특징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질문’이라고 답한다. 이스라엘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지 않고 “왜 그럴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세뇌하다시피 가르치는 게 “모르는 걸 물어보면 그 순간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모르는 걸 물어보지 않으면 평생 바보로 살아야 한다”는 거다. 수업 내용과 동떨어진 질문을 해도 혼내기는커녕 오히려 친절하게 답해준다. 그러다보면 진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그럴 땐 과제를 내준다. 수업에선 친구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는 게 교과서 내용을 익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업에 대한 개념도 한국과 다르다. 이스라엘은 유치원 때는 물론 고등학교까지 야외 수업이 많다. 헌재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1~2주 간격으로 나갔다. 반 아이들과 함께 걷고 만지고 느낀 다음 교사와 아이들이 각자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질문하면서 토론하는 게 야외 수업이다. 안전한 곳만 가는 것도, 또 수업 시간 중에만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 때고 산이나 강, 사막 등에서 텐트 치고 침낭에서 자고 돌아오는 경우도 꽤 잦다.

이스라엘 종교인 모습. 흰 셔츠와 검정 양복, 검은 모자가 종교인의 전형적 복장이다.

이스라엘 국립학교는 다른 나라와 달리 무료가 아니다. 초등학교는 연 800세겔(약 23만원), 중학교는 1297세겔(37만원)을 납부한다. 기본 학비는 10만원 내외고, 나머지는 야외수업이나 수학여행, 박물관 견학 등을 할 때 ‘여행비’로 쓰인다.

이런 걸 보면 한국은 수업을 교실에 앉아 교사 설명을 듣는 걸로 생각하는 데 반해 이스라엘은 학생의 사고를 넓히기 위해 보고 듣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야외 수업은 참 다양하다. 헌재가 유치원 다닐 때는 엔케렘이라는 낮은 산을 함께 등반한 후 유대 전통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기도 했다. 또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통곡의 벽’을 함께 걷고 다윗왕 무덤(가묘)을 돌아본 뒤 예루살렘 역사에 대해 배웠다. 이처럼 야외 수업은 이스라엘 영토의 유래와 이스라엘 사람의 정체성, 애국심을 일깨워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세계 인구 0.3% 유대인, 노벨상 20% 차지

헌재가 다니는 테디 콜렉은 히브리어를 쓰는 국립 중·고등학교다. 예루살렘 북부 외곽지역인 피스갓제브에서 통학할 수 있는 히브리어초등학교는 7개가 있지만 중·고등학교는 이게 유일하다. 이스라엘은 중학교부터 명문 학교가 따로 있는데, 대부분 히브리어 학교다.

국립학교라도 시험을 치러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고 시험 없이 갈 수 있는 학교도 있다. 입시는 지원한 학교에서 히브리어와 수학 시험을 치른다.

테디 콜렉은 시험 없이 누구나 갈 수 있는 학교로, 마다임이라는 과학반을 운영한다. 마다임은 한 학년 6~7개반 중 딱 한 반만 있고, 서류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학업 성적과 행동 발달 사항 모두 우수해야 들어갈 수 있다. 과학 영재반 개념이지만 과학뿐 아니라 수학·영어도 일반 반보다 훨씬 수준 높은 수업을 듣는다. 수업 편성도 다르다. 일주일 기준으로 수학 2시간, 과학 1시간씩을 더 듣는다. 또 일반 학급은 수업에 교사가 1명만 들어가지만, 마다임반은 2명이 수업을 이끈다.

한국이라면 똑같은 학교인데 왜 마다임반 학생만 우대해주느냐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1%의 영재가 99%를 먹여 살린다는 의식을 갖고 있기에 똑똑한 아이들에게는 정부 보조금을 더 투입해서라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끌어줘야 한다고 공감한다. 잘하는 학생에게 투자하는 만큼 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도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성적 낮은 아이를 모아 수시로 보강 수업을 하는 건 기본이고, 인격적으로 대해준다. 아이들이 모두 다른데 똑같은 방법으로 교육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느냐는 이스라엘 사람들 생각이 학교에 그대로 나타나는 셈이다.

수학·과학 시간도 질문과 토론 위주로 수업한다. 아이들이 과학 시간에 실험을 하다 새로운 궁금증이 떠오르면 그걸 다시 실험하고 그 과정에서 궁금한 걸 대화로 풀어나가는 식이다. 과학 시간 실험도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서 진행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이스라엘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을 좋아하지, 매뉴얼대로만 하는 건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고교 졸업 후 남녀 불문 모두 군대에 간다. 이스라엘 고등학교에선 한국의 대학설명회만큼이나 군대 설명회가 자주 열린다.

뻔한 매뉴얼을 싫어하는 이스라엘 사람 특성을 잘 보여주는 예가 있다. 한국에서 종이 접기 활동이 아동 두뇌 계발에 좋다는 얘기를 들은 한 한국인 유학생이 문화센터에 종이접기 강좌개설을 신청했다 거절 당했단다. 유대인은 한국 사람 못지 않게 영재 교육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다. 거절 이유는 이랬다. “정해진 대로 접으면 누구나 똑같은 결과물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교육이냐”는 것이다.

이스라엘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를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히브리어는 ‘레아트’와 ‘싸블라누트’다. 레아트는 ‘천천히’라는 뜻이고, 싸블라누트는 ‘인내심’을 의미한다. 아이 교육의 기본 자세가 바로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인 셈이다.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세계 인구의 0.3% 밖에 안 되는 인구로 노벨상 수상자 20%를 차지한 이스라엘 민족. 그 우수성의 근본은 지금 눈앞의 성과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며 교육하는 자세와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엄마=이영란(49·주부·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제브)
정리=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테디 콜렉 중학교 전경.

학교 정보

●학교명
테디 콜렉 중학교(Junior High School Teddy Kollek)

●지역
이스라엘 예루살렘 피스갓제브

●구분
국립학교

●학제
3년(이스라엘 학제: 초등 6년-중학 3년-고교 3년)

●학기
2학기제(1학기 9월~다음해 2월, 2학기: 3~6월, 여름방학: 7~8월, 겨울방학 없고 명절 때마다 단기 방학)

●학교 규모
전교생 600명(1·2학년 6개반, 3학년 7개반, 학급당 30~40명)

●학비
일반반 연 266세겔(7만4000원), 마다임반 연 399세겔(11만원) 야외수업 등 여행비 별도

●특징
학년별로 1개 학급을 마다임반(과학영재반)으로 운영

●홈페이지
www.hativa-tedikolek.manhi.org.il

●주소
Sderot Moshe Dayan 131, Jerusalem, Israel
전화번호: 972-58-57341~2

강남통신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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