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중국의 아프리카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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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非洲)는 육지 면적의 20.4% 세계인구의 14.8%가 거주하는 곳이다. 아프리카 하면 미개의 대륙을 연상하지만 사실 인류의 발상지(故鄕)이다. 아프리카(Africa)의 그리스어 어원은 “추위(phrike)가 없는(a-)” 것이라고 한다. 유럽인으로서 아프리카를 가장 먼저 찾아 간 사람은 그리스인 인데 그들은 추위를 피해서 아프리카를 찾아 갔는지 모르겠다.

19세기 유럽 제국주의 사이에서의 아프리카 쟁탈전(scramble for Africa)이래 다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다. 2차 세계대전 후 아프리카에는 독립의 바람이 불어 54개국이 독립하였다. 냉전시대에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 중 어느 한쪽을 택하든지 비동맹으로 남기도 하였다.

냉전이후 미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가 그 사이 중국의 꾸준한 아프리카 진출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다시 아프리카 회귀의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8월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50개국 정상들을 초청 미국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거액의 투자를 약속하였다.

미국이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만연되고 있는 “에블라” 바이러스의 치료약 개발에 서두르는 것도 아프리카 껴안기의 일환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일본도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프리카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아프리카 정상들을 도쿄에 초청 환심을 얻고 있다. 21세기 아프리카는 과거와 같은 쟁탈의 대상이 아니고 구애(求愛)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냉전 이후가 아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국무원 총리가 1964년 아프리카 순방한 이래 50년간 아프리카는 중국 외교의 최 일선이었다. 당시는 경제적 이유보다 비동맹국가라는 정치적 이유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아프리카를 택한 것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의 아프리카 사랑은 자원 부국(富國)뿐만이 아니라 잠재력이 풍부한 아프리카가 중국의 영원한 프런티어라는 인식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매력적인 저렴한 인건비가 중국의 제조업을 끌어 들이고 있다.

최근 중국은 인건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산업 로봇의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중국의 산업 로봇 도입이 연 평균 36% 성장 중국이 세계 산업 로봇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이 중국의 제조업을 언제까지 지킬 수는 없다. 중국의 제조업은 인건비가 싼 아프리카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중국 인건비의 1할 정도로 “메이드 인 아프리카” 제품이 세계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세계의 공장은 이제 중국이 아니고 아프리카다.

얼마 전 어느 외교행사에서 아프리카 출신의 외교관을 만났다. 그는 아프리카가 21세기에 남아 있는 유일한 블루오션이라고 하면서 한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적극성이 아쉽다고 한다. 한국의 주변국 미중일(美中日) 모두 아프리카를 향해 열심히 “푸시(push)”하고 있는데 한국만 “풀(pull)”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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