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건설·플랜트 제2 중동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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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3만 배럴(연간 80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원유 처리시설을 SK건설이 쿠웨이트에 짓는다. 12억2100만 달러(약 1조2200억여원)짜리 초대형 공사다.

SK건설은 23일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OC와 현지에서 이 공사 계약을 하고 설계에서 시공까지 턴키(일괄 도급) 방식으로 2007년 7월 준공할 예정이다. SK건설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쿠웨이트를 방문해 석유장관을 면담하는 등 공사 수주를 위해 공을 들였다. 최 회장은 이날 현지에서 "쿠웨이트와 지난 40여년간 원유 수입으로 쌓아온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해 제2의 중동 건설특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 추가 수주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 SK㈜ 최태원 회장(가운데)과 SK건설 손관호 사장(왼쪽)이 23일 쿠웨이트의 플랜트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현장은 SK건설이 이번에 수주한 12억 달러 규모의 원유집하시설과 비슷한 형태로, 올 연말 완공한다.

건설업계가 중동 건설특수를 맞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플랜트 수주가 급증하고 있다. 고유가 등으로 이 지역에 플랜트 공사 발주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수주가 활발하다. 업계는 1997년 141억 달러 수주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해외 건설이 다시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본다.

◆ 중동 석유.물 공사 붐=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까지 해외 건설 수주실적은 28억3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늘었다. 특히 지난해 전체의 60% 정도이던 플랜트 수주가 눈에 띄게 늘어 올해 80%를 넘었다. 플랜트는 주요 부품을 국내에서 만들어 가져가기 때문에 토목.건축 등보다 외화 가득률이 높다.

플랜트 수주 증가는 중동 지역에 대규모 공사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올 들어 중동 지역 수주실적은 지난해보다 70%나 급증한 17억9900만 달러인데, 이 중 90% 정도가 플랜트로 주로 원유 생산시설 공사다. 고유가로 돈을 번 각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관련 시설의 수요도 많아졌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수주한 4억100만 달러짜리 쿠웨이트 에탄 회수 처리시설과 GS건설.대우건설이 공동으로 공사하는 카타르 컨덴세이트 처리공장(6억 달러) 등은 원유를 활용한 석유화학 시설이다.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치면서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시설공사도 는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쿠웨이트에서 2억6000만 달러 규모의 담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 조선업도 중동 특수=현대중공업은 최근 이란과 카타르 등에서 유조선 8척과 LPG선 4척 등 12척의 선박을 13억 달러에 수주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이란 국영기업인 NITC가 발주한 초대형 유조선(31만8000t급) 3척을 3억8400만 달러에 수주했다. 특히 대우가 수주한 이 선박의 척당 가격은 1억2800만 달러로 국내 조선업체가 지금까지 수주한 동급의 선박 가격 중 가장 비싸다.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은 2010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선박은 2009년까지 발주업체에 넘겨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중동 특수에 힘입어 올해 총 선박 수주액이 54억 달러를 넘어서 올해 목표액을 이미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26억3000만 달러 상당의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수주해 올 목표 수주액의 40%를 넘어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수주는 중동 선주들이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한 결과"라며 "중동 지역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 수주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5년간 특수 이어질 듯"=현재 해외건설 수주 활동이 활발해 올해 수주액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체들이 중동에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공사가 75건 273억 달러에 달하고 앞으로 81건 662억 달러가 추가로 발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지난해 말 건교부가 전망한 85억 달러보다 높은 100억 달러 정도로 내다봤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실장은 "석유.물 관련 플랜트 공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해외건설 실적이 2~3년 내에 97년 수준을 달성하고 앞으로 적어도 5년간은 해외건설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재정여건이 좋아 공사비 지급 지연 등의 우려는 적더라도 시공자가 금융을 제공하는 경우 회수.보증.수익성 등을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쿠웨이트=서미숙 기자,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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