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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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협 유덕화는 천신만고 끝에 도신 귀환 프로젝트에 성공한다. 허름한 모텔에서 기억이 지워진 채 생활하고 있던 도신 주윤발을 찾아내고 장민과 헤어진 후 칩거하고 있던 도성 주성치도 끌어낸다. 도신과 도성의 연인이었던 장민도 많은 고민 끝에 테이블에 합류한다.

이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자정운동’ 이다. 협잡과 음모가 난무하는 카드 게임계에 제일 중요한 것이 깨끗하고 정당한 승부였기 때문이다. 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속임수를 쓰거나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게이머를 다른 멤버들의 동의를 얻어 추방할 수 있기로 했다. 한 번 추방당한 사람은 다른 테이블에서도 외면을 받아 난봉꾼은 사라지고 (일명 추방투표) 서서히 ‘강호의 질서’가 잡혀가게 된다. 도신은 귀환 그 자체로도 그만한 무게감을 가진 것이다. 게임의 진수를 보여주던 이들은 점차 자기들만의 독특한 게임의 법칙을 창조하며 포커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간다.

도신 주윤발의 비기(秘器), 폭탄 포커.

세븐 포커에서 7번 째 카드는 원래 히든 카드인데 이미 테이블 위에 깔린 한 장의 카드를 모두가 공유한 다음(일명 폭탄카드) 한 번의 레이즈를 더하고 다시 히든 카드를 받는다. 결과적으로 배팅 횟수는 한 번 더 늘어나고 총 8장의 카드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 좋은 메이드를 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판이 커지는 새로운 방법이다. 도신 주윤발은 이 게임에서 거액의 칩을 쓸어간다. 여유와 배짱의 카리스마를 가진 그는 큰 판에 올인하는 큰 손 스타일이다. 그는 늘 말한다.

“몇 판을 이기는가는 중요치 않다. 어떤 판을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도성 주성치의 필살기, 초이스 포커

정통 포커는 3장으로 출발하고 초이스 포커는 4장으로 출발한다. 물론 1장은 버리고 나머지 중에서 1장을 오픈하는 방법은 같다. 배팅 횟수는 정통 포커 게임과 같지만 좋은 패가 들어올 확률이 높아지면서 이 게임 역시 자연스럽게 판이 커진다. 영화 <48+1>에서 한 장의 화투를 더 가진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듯 한 장의 카드를 더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은 승부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엉뚱한 포커 페이스를 가진 주성치는 이 게임을 선호한다. 뻥카의 귀재라 불리는 그는 4장의 카드를 받은 다음 보지도 않고 1장을 버리고 확인도 않고 1장을 오픈한다. 자기도 자기 패를 모르니 다름 사람들은 도성 주성치의 표정에서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하수는 패를 보고 배팅하고 고수는 판을 보고 배팅한다.’ 는 속설이 그로부터 시작된 듯 하다.

치밀한 장민, 확률 표시 시스템을 사용하다.

이번 판은 스트레이트 정도면 충분히 이길 것 같다. 현재 내 카드는 7, 8, 9, 10. 6은 이미 3장이 오픈 되어 있고 J는 1장만 보일 뿐이다. 히든 카드를 받기 까지 아직 2장의 카드가 남았다. 내가 스트레이트를 할 수 있는 확률은?

장민은 천천히 안경의 버튼을 누른다. 특수 안경에서는 그녀에게 뜰 수 있는 모든 카드의 확률이 나타난다. 카드 게임은 원칙적으로 확률 게임에 심리 게임이 더해지는 것이다. 장민의 여린 감성 뒤에 숨겨있는 치밀함은 최첨단 확률 표시 시스템으로 완성된다. 장민은 남아 있는 칩 모두를 건다.

도협 유덕화, 62컷 포커를 탐내다.

유덕화는 새로운 게임 보다는 정통 노멀 포커로 승부를 내려 한다. 다른 사람이 위너가 되었을 때는 그의 뜻에 따르지만 그가 위너가 되었을 때에는 노멀한 게임을 진행한다. 하지만 칩이 계속 줄어들자 그는 게임의 흐름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뉴 포커인 62컷 포커를 제안한다. 62컷 포커는 6장의 카드를 받아 2번 카드를 교환할 수 있는 게임 방식으로 역시 메이드 확률이 높고 배팅 횟수도 8회가 되어 판이 커지기는 마찬가지다. 치열한 싸움 끝에 판의 위너가 된 유덕화는 점차 62컷 포커에 빠져든다.

게임은 점차 치열해 지고 심박수도 높아 가지만 그들은 점차 승부에 빠져드는 자신을 느낀다. 도신 주윤발, 도성 주성치, 그리고 유덕화와 장민은 혼탁한 강호를 평정한 고수처럼 여유롭지만 냉철한 승부정신으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마지막 히든 카드를 받아 들고 있다. <도신귀환 뉴포커>는 그들의 승부를 가리기 위해 어떤 게임을 제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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