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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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탕수수에서 플라스틱의 원료를 얻어내고 연료로 쓸 수 있는 알콜을 생산하며, 폐광됐던 동광에서 다이너마이트 없이 구리를 캐낸다.
이것이 생명산업중 화학·에너지·광업분야가 추구하는 목표다.
현대인의 생활은 식량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화학제품과 광물에 의존하고 있다.
화학제품이나 광물이 인간의 생활에서 비중을 높여갈수록 거기에는 원료난·다에너지소비·공해발생 등의 문제가 인간에게 역기능적인 작용을 하게된다.
화학제품은 기초원료부터 제품의 원료로까지 전환되는 동안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원로의 유실이 따른다.
예를 들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에서 최종제품인 폴리에스터사에 이르기까지는 대략 10단계를 거치는데 단계마다 회수율을 90%내의로 잡아줘도 최종제품에 이르면 원료인 에틸렌의 3분의1 약간 넘는 양밖에 되지 않는다.
또 단계마다 요구되는 고온·고압의 공정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된다.
중간중간 회수율을 높이고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되는 촉매(촉매)는 제품의 순도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공해물질 발생에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생물공학을 통한 화학제품생산은 이러한 여러 가지 결점을 한번에 제거하고 무진장한 원료, 제료 에너지·고순도·무공해·다량생산을 겨냥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석유는 탄소와 수소가 결합돼 있는 탄화수소. 생물공학자 들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도 탄소와 수소로 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이용해도 석유에서 나오는 화학제품의 기초물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어왔다.
그 때문에 최근의 연구는 설탕 등을 발효시켜 플라스틱의 원료나 화학사의 원료를 만드는데 쏠려있다.
특정 미생물에다 설탕과 산소만 공급해주면 아무런 에너지가 없이도 24시간 계속해서 원료가 생산되는 공정의 개발이 이 방면 연구진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실제로 미국의 유전공학회사인 세터스는 미생물에 의한 에틸렌 글리콜이라는 원료의 생산방법을 특허신청 중에 있으며, 같은 방법으로 아세튼·아세릴렌·메탄·비닐아세테이트 등을 생산하는 공정이 제넥스사와 MIT대학에 의해 개발 중에 있다.
이론상으로는 유기화학물이라면 어느 것이나 생물공학방법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기초원로에서 우리가 원하는 각가지 물질을 만들어줄 미생물들을 찾아내고 조립하는 일이 아직 폭넓게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생물공학에서 유망하다고 보는 화학제품은 플라스틱의 원료·합성고무·살충제·향료·석유화학유도제품으로 보고 있으며 2천년까지는 수십가지의 화학제품이 이 방법으로 생산되어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너지난을 해결하기 위한 에탄올 생산도 중요한 연구과제.
전분·사탕수수·사탕무우 등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생산하는 방법은 이미 오래된 것이지만 요즘은 어떤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켜야 짧은 시간안에 가장 많은 에탄올을 얻을 수 있느냐의 연구에 쏠려 있다.
또 전 세계에서 매년 막대한 양을 버리게 되는 수숫대·볏짚 등 농업폐기물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다량으로 얻어내는 방법도 연구중이다. 이 분야는 미국의 버클리대학과 미육군의 나틱연구소가 폭넓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채광분야에서도 박테리아는 각광을 받고 있다. 일부 박테리아는 특정광물을 세포표면에 흡착시켜 이를 축적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런 박테리아를 유전자조작을 통해 기능을 강화시켜주면 지금까지 이용이 불가능했던 저품위의 광석에서 우라늄이나 구리를 값싸게 희수해 낼 수 있다.
유전에서 원유의 회수율을 높이는데도 박테리아의 이용이 고려되고 있다. 석유가 자체의 힘으로 분출되지 않는 유전에서는 석유를 뽑아 올리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지금은 석유를 약간 묽게 해주는 화학약품 등을 석유층에 넣어준 다음 퍼 올리고 있지만 이러한 화학약품과 비슷한 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을 유층에서 증식시켜 원유를 깡그리 퍼 올리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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