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혁신’의 임무를 김문수(사진) 전 경기지사가 맡는다. 새누리당은 15일 보수혁신특별위(혁신위) 위원장에 김문수 전 지사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죄인 된 심정으로 혁신위원장을 수락합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먼저 내 탓이라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이렇게 소감을 본지에 전해왔다. 혁신위원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 전 지사는 대구로 내려가는 KTX 열차 안에 있었다. 대구행은 택시 운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4~5일 대구에서 택시운전 면허를 취득했다. 1년 가까이 택시 운전대를 잡고 민생 체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혁신위원장에 내정됨에 따라 택시기사 체험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원장은 당 대표 직속기구이긴 하지만 활동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보장한다. 사실상 수평적 관계다. 2006년 새누리당에도 혁신위가 구성돼 홍준표 현 경남지사가 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에서 대선후보 경선룰을 만들었다. 이번엔 활동범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2016년 총선 공천룰을 건들 수도 있고, 개헌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런 자리에 김무성 대표가 김 전 지사를 발탁한 건 일종의 실험이다. 주위에선 “잠재적 경쟁자를 키워주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김 대표가 “나는 마음을 비운 사람이다. 당이 살아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며 김 지사 카드를 밀어붙였다.
김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우리 당에서 개혁적 이미지가 가장 강하고 정치·행정 경험이 풍부한 검증된 인사”라며 “일부 인사들이 ‘김문수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걱정했지만 나는 당을 위해서라면 김 전 지사가 나서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측 인사들도 “혁신위원장을 잘 마치면 그 공이 잠재적 라이벌인 김 대표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내 정치적 스케줄보다는 당이 더 중요하다”며 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전 지사는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당한 뒤 1975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90년엔 진보정당인 민중당 창당엔 참여했으나 4년 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보수주의자로 변신했다. 이후 3선 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거쳤다.
◆새누리 소장파 “국회 해산”=이날 새누리당 강석훈·김영우·조해진·하태경 의원 등 초·재선 의원 20여 명이 “의원 총사퇴로 국회를 해산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혁신모임 ‘아침소리’를 공식 발족한 뒤 “국회가 초유의 위기상황이다. 조기 총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발족 모임에선 “주민들께서 ‘국회의원들은 똥물에 쓸려 가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해 당혹스러웠다”(강석훈 의원), “거의 정서적으로 민란 수준이다”(조해진 의원) 등의 얘기도 나왔다.
글= 이가영·김경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