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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새누리 혁신위원장 발탁 … 김무성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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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수 혁신’의 임무를 김문수(사진) 전 경기지사가 맡는다. 새누리당은 15일 보수혁신특별위(혁신위) 위원장에 김문수 전 지사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죄인 된 심정으로 혁신위원장을 수락합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먼저 내 탓이라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이렇게 소감을 본지에 전해왔다. 혁신위원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 전 지사는 대구로 내려가는 KTX 열차 안에 있었다. 대구행은 택시 운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4~5일 대구에서 택시운전 면허를 취득했다. 1년 가까이 택시 운전대를 잡고 민생 체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혁신위원장에 내정됨에 따라 택시기사 체험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이완구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시작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선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형수 기자]

 혁신위원장은 당 대표 직속기구이긴 하지만 활동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보장한다. 사실상 수평적 관계다. 2006년 새누리당에도 혁신위가 구성돼 홍준표 현 경남지사가 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혁신위에서 대선후보 경선룰을 만들었다. 이번엔 활동범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2016년 총선 공천룰을 건들 수도 있고, 개헌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런 자리에 김무성 대표가 김 전 지사를 발탁한 건 일종의 실험이다. 주위에선 “잠재적 경쟁자를 키워주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김 대표가 “나는 마음을 비운 사람이다. 당이 살아야 재집권이 가능하다”며 김 지사 카드를 밀어붙였다.

 김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우리 당에서 개혁적 이미지가 가장 강하고 정치·행정 경험이 풍부한 검증된 인사”라며 “일부 인사들이 ‘김문수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걱정했지만 나는 당을 위해서라면 김 전 지사가 나서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측 인사들도 “혁신위원장을 잘 마치면 그 공이 잠재적 라이벌인 김 대표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내 정치적 스케줄보다는 당이 더 중요하다”며 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전 지사는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당한 뒤 1975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90년엔 진보정당인 민중당 창당엔 참여했으나 4년 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보수주의자로 변신했다. 이후 3선 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거쳤다.

 ◆새누리 소장파 “국회 해산”=이날 새누리당 강석훈·김영우·조해진·하태경 의원 등 초·재선 의원 20여 명이 “의원 총사퇴로 국회를 해산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혁신모임 ‘아침소리’를 공식 발족한 뒤 “국회가 초유의 위기상황이다. 조기 총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발족 모임에선 “주민들께서 ‘국회의원들은 똥물에 쓸려 가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해 당혹스러웠다”(강석훈 의원), “거의 정서적으로 민란 수준이다”(조해진 의원) 등의 얘기도 나왔다.

글= 이가영·김경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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