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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90돌 NCCK … 흔들리는 큰 교회, 다시 광야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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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 교회가 위기를 위기로 못 느낀다. 큰 교회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큰 교회, 큰 교단이 되려고 해선 곤란하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창립 9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15일 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NCCK는 18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빌딩에서 창립 90주년 기념예배를 연다. 예배 주제는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다. 김영주(사진) 총무는 “NCCK가 그동안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을 많이 했다. 반면 교회 내부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비판을 덜했다. 앞으로는 교회 내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겠다는 거다. 그런 메시지가 ‘흔들리는 교회, 다시 광야로’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창립 90주년 기념예배’에는 여러 교단이 참여한다. NCCK는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9개 교단과 한국YMCA전국연맹을 비롯한 5개 연합기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NCCK 홍보실장 강석훈 목사는 “이번에는 현장과 함께하는 예배를 위해서 공을 들였다. 세월호와 밀양 송전탑 주민, 이주노동자 등과 엽서를 통해 요청과 응답을 주고 받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NCCK는 1924년 9월 24일 새문안교회에서 선교사 중심의 ‘재한개신교선교부연합공의회’와 한국 교회가 주체가 된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가 통합해 출범한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가 모체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반공주의 성향이 강했고,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진보적이고 저항적인 성향을 갖게 됐다. 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과 이듬해 ‘긴급조치 9호’에 맞서 주최한 ‘목요기도회’ 등으로 군사정권에 항거하고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 총무는 “NCCK는 군사독재의 엄혹한 시절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힘을 얻는 산실 역할을 했으며 사회적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둥지 역할을 감당하려고 노력해 왔다. 현재 한국 교회는 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가 큰 관심을 받은 것은 한국 교회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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