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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네 번째 대상자도 영국인 지목 … 캐머런 "살인자들 반드시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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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인 ‘이슬람국가’(IS)가 예고대로 영국인 인질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국인 구호요원 데이비드 헤인즈(44)다. 미국인 기자인 제임스 폴리(41)와 스티븐 소트로프(31)에 이은 세 번째 희생자다.

 IS가 13일(현지시간) 밤 공개한 ‘미국의 동맹국들에 보내는 메시지’란 제목의 동영상에는 먼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IS에 맞설 수 있도록 이라크와 쿠르드 자치정부를 돕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곧 헤인즈가 “캐머런이 내 처형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전임자인 토니 블레어처럼 IS에 맞서 미국과 동맹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우리 의회의 이기적 결정에 결국 값을 치르는 건 우리 영국인들”이라고 했다. 곧 복면을 한 IS대원이 “캐머런 당신이 IS에 맞서도록 페쉬메르가(쿠르드 자치정부 군대)를 무장시키겠다고 약속한 데 대한 대가를 이 영국인이 치른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영국인은 무기를 공급한 영국 공군 출신”이라고 했다.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13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영국인 인질 데이비드 헤인스(왼쪽)를 참수하기 앞서 영국 정부에 경고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두 아이의 아버지로 실제 군 경력이 있는 헤인즈는 프랑스 구호단체인 ‘기술협력개발기구’ 소속으로 시리아 난민캠프를 둘러보다 지난해 3월 납치됐었다. 당시 함께 납치됐다 약 600만 유로(80억원)의 몸값을 내고 풀려난 이탈리아인은 “헤인즈가 군 경력을 밝히지 않으려고 했으나 지속적 고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헤인즈의 가족들은 이날 동영상 공개 전 성명을 내고 IS 측과 직접 대화를 촉구했지만 허사가 됐다.

 동영상 말미엔 IS에 억류된 또 다른 영국인인 앨런 헤닝이 등장했다. 다음 번 참수 대상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동영상 속의 IS대원이 앞서 두 차례 참수 동영상에 등장했던 인물과 동일 인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외무부에선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사실일 경우 역겨운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캐머런 총리는 성명에서 “무고한 구호단체 직원을 비열하고 끔찍하게 살해한 것”이라며 “그야말로 악마적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살인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4일엔 긴급 대책회의도 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슬픔과 결의 속에 우리의 가까운 친구·동맹과 오늘 밤을 같이할 것”이라며“미국은 영국 등 국가들과 연합해 범죄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對) IS 작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현재 아랍권 10개 국가를 포함, 40개국에 가까운 나라들이 작전에 참가키로 한 상태다. 호주 정부도 600명의 군인을 파병키로 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이 극악무도한 살인은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IS에 대항해 행동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15일 지역안보 정상회의를 연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14일 개최한 긴급대책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공습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영국 국민 간에 급속히 번진 강한 반전 무드에다 18일 실시 예정인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 각국이 자국민의 IS 합류를 막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독일은 아예 IS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 독일 정부는 “독일인 450명 정도가 IS대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유럽 전체로 보면 3000명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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