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거래하는 증권거래소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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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미식축구 스타 버넌 데이비스의 공통점은 뭘까. 둘다 지분을 사고 팔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페이스북의 주식을 사듯이 판텍스(Fantex)에서 버넌 데이비스의 지분을 구입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포츠 브로커리지 업체인 판텍스는 스포츠 스타들을 유가증권화해 대중들이 스스로 사고 팔며,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했다. 버넌 데이비스는 올해 4월 28일에 상장됐고, 시가총액은 약 400만 달러(약 41억원)다. 지난달 18일엔 주주들에게 주당 0.7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현재 미식 축구선수 모하메드 사누의 상장도 준비 중이다.

신한금융투자의 황윤정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자원이 고갈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주는 인적 자원의 가치가 나날이 재평가 된다”며 “금융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적 자원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스스로 금융상품이 돼 투자를 유치하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형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에서 영화 감독을 꿈꾸는 클라라 아라노비치라는 학생이 자신의 인적 사항과 향후 계획을 인터넷에 올렸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그가 블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미래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놀랍게도 클라라의 가능성을 높게 본 15명의 투자자에게 5만 달러를 펀딩 받았다. 클라라는 투자 대가로 10년간 연소득의 5%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를 도와준 업체는 페이브(Pave)였는데, 이외에도 업스타트(Upstart), 커뮤러스 펀딩(Cumulus Funding) 등 비슷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금융상품화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황 연구원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인간을 기초로 설계한 금융상품은 변동성이 높다. 또 SNS를 통한 금융거래 역시 신상정보 유출 등 안정성이 염려된다”고 설명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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