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환상적인 화면 이색 유리 그림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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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으로 잘 알려진 공예가 남용우 씨의 유리를 캔버스로 한 이색 유리그림전이 열리고 있다(17일까지·백상기념관).
추상적으로 분할된 공간 위를 날으는 하얀 새, 언뜻언뜻 보이는 금색의 초원에 막 피어난 듯 한 소담스런 풀꽃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유리그림이란 판유리 한쪽 면에 유화용 물감 또는 유리용 물감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린 다음 이것을 구워내 반대 면을 통해 보도록 한 것을 말한다.
바라보는 시각이 반대편이 되기 때문에 그림을 거꾸로 그려야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 가운데하나.
그러나 유리 자체가 지닌 성격으로 인해 색채가 몹시 맑아 강렬한 느낌을 준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독일에서 귀국하여 제작한 작품을 포함, 근작 50여 점이 전시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71년 명동화랑 개인전 당시에 비해 색감이 밝아졌고 구성이 더욱 동적으로 변모한 것이 크게 눈에 띈다.
기본적인 모티브는 원. 무한하고 원만함을 표현하는 원형을 통해 기독교적인 정신세계-크고 깊은 사랑을 전달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새·닭 등도 바로 남씨의 종교세계를 알려 주는 소재들이다.
화면에서 주조를 이루는 것은 청록계열. 이들과 적갈색조의 색상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어 신비스런 화면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가끔씩 검은 선이 등장, 원형돌기 구성을 강조하거나 대담하게 화폭을 가로지르는데 이들 선과 색감에서 한국적인 느낌을 얻게 된다.
단순한 장식적 표현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중첩된 터치와 덧붙임 등으로 조형적 가능성을 모색, 유리그림을 독자적인 회화세계로 이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은 크게 돋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그림이란 어쩔 수 없이 평면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재료자체가 지니는 한계로서 지적될 수 있을 것 같다.

<홍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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