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연준 이사 낙마…“노동시장 이해가 통화정책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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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다이아몬드 교수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이사로 지명했다. 재닛 옐런 현 Fed 의장도 그때 이사로 지명됐다. 그해 8월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공화당 의원들은 다이아몬드 교수의 청문요청서를 백악관에 돌려보냈다. 노동시장 전문가인 그의 이력을 문제삼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고 한 달 뒤 다이아몬드 교수를 다시 지명했다. 10월엔 다이아몬드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분위기가 반전되나 싶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여전히 반대를 이어갔다. 이듬해 1월 세 번째 청문요청서가 도착했을 때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의원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통화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연금과 노동시장 전문가”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다이아몬드 교수는 ‘노벨상으로도 부족한 때’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며 “노동시장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데 중요하다. 금융위기는 실업률을 증가시켰다. Fed는 어떻게 하면 인플레이션을 막으면서 실업률을 최대한 낮출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Fed 입성이 무산된 데 대해 간접적으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제학의 유용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정부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식이다. 1963년 23세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엘슨의 후계자로 일컬어져 온 다이아몬드 교수 입장에선 정치인들이 자신의 ‘자격’ 운운하는 게 마뜩치 않았던 걸로 보인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노동시장 연구 이외에도 자본시장ㆍ국가채무ㆍ경제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로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 사회보장제도에도 관심이 많아 2004년엔 오바마 행정부 기획예산실장을 지낸 피터 오르삭과 함께 책을 내기도 했다.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아 그의 제자 안드레이 슐라이퍼와 에마누엘 사에즈는 40세 이하 미국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락 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시 그의 제자인 『괴짜 경제학』의 저자 스티븐 레빗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세미나 시간에 종종 졸다가도 누가 이상한 얘기를 하면 벌떡 일어나 단숨에 그의 논리를 뒤집어 엎어버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다이아몬드 교수가 졸다 하는 얘기조차 정부 관료가 고심해 만든 정책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다이아몬드 교수 약력
-1940년 미국 뉴욕 출생. 유대인
-예일대 학부(수학) 졸업. MIT 경제학 박사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거쳐 1966년부터 MIT 교수
-계량경제학회·미국경제학회 회장 역임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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