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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일본에 앞서던 한국 청소년 체위|11세 이후엔 크게 떨러진다|영양미흡·입시 등 겹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체위가 12∼13세를 지나면서 미국·일본에 비해 급격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는 청소년들이 13세 이후에 학업과 입시의 압력에 의한 긴장이 가중되는데 비해 영양 공급이 아직은 부실한 상태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있다.
국제 연합 식량 농업기구(FAO) 한국협회가 펴낸 「한국인 영양 권장치」 라는 자료와 경희대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정영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6세 어린이의 경우 키는 우리 나라가 1백17·02㎝ (남), 1백15·84㎝(여)인데 비해 일본은 1백16· 3㎝(남) ,1백15·3㎝(여)로 우리가 크고 체중은 우리 나라가 20· 87kg(남), 20·32kg(여) 인데 일본은 20·96kg(남), 20·3kg(여)으로 비슷한 상태.
10세에서는 우리 나라 어린이의 신장(남1백38·48㎝, 여1백39·4㎝)이 일본의 신장 (남1백38.48㎝, 여1백39㎝)에 비해 약간 크나 체중은 우리 나라 (남 32.06kg, 여 32·52kg)가 일본(남 32·4kg, 여 32·84kg)에 비해 다소 뒤진다.
그러나 우리 나라 어린이의 체위는 11세부터 일본에 서서히 뒤지기 시각, 13세에는 급격히 차가 벌어져 우리의 키(남1백58·01㎝, 여1백52·54㎝)가 일본(남1백 58·1㎝,여 1백54·6㎝)보다 크게 떨어지고 체중도 우리(남 45·76kg,여 45·12kg)가 일본(남 46·97kg, 여46·68kg)에 뒤지고 있다.
16세 에서는 우리의 키(남 1백67·21㎝, 여 1백56·6㎝)가 일본(남 1백70㎝, 여1백57·7㎝)에 비해 남자의 경우는 더욱 뒤떨어지고 체중도 우리 (남 58·32kg, 여51·96kg)가 일본(남 59·41kg, 여52·75kg)에 뒤진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참 자라는 12∼18세 사이, 특히 고교재학시기인 척∼18세의 청소년기에서 우리 나라가 일본·미국에 비해 체위와 성장속도가 뒤떨어지다가 20세에 가까워지면서 다소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대 식품 영양학과 김숙희 교수는 최근 한·미·일 등 3개국 청소년의 체격과 무게를 비교한 논문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그 원인은 우리 나라의 고교생들이 과도한 입시준비로 인한 압박과 긴장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또 등교시간에 쫓겨 아침식사를 거르거나 소홀히 하고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미나 일본의 학생들도 공부에 쫓기기는 하셨지만 우리보다는 압박의 정도가 덜하고 심신을 자유롭게 활동 시 할 수 있는 오락시설이 잘 돼있어 성장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 더구나 경제수준이 높아 흡수율이 높은 고농도의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영양 있는 간식도 다양하게 개발돼있어 학업이 성장에 큰 지장은 없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는 학교 급식실비가제대로 돼있지 않은데다 도시락도 대부분 밥과 김치 등 채소와 짜게 절인 반찬 등으로 부실하게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성장에 지장이 있다는 것.
때문에 이 연령의 청소년들은 영양가가 추분하지 않은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쉽다. 이들은 하루 섭취하는 열량의 25∼40%를 간식으로 때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간식을 많이 먹기 때문에 주식은 소홀하게돼 영양부족 상태에 빠지게된다.
그러나 과도한 입시준비 때문에 운동은 부족하기 쉬워 식욕이 나지 않으므로 식사를 더욱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여학생의 경우는 살이 찌는 것을 싫어하는 최근의 경향 때문에 다이어트 식을 잘못해 영양 부족에 절리는 일이 많다. 활동력이 강한 남자 청소년은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밖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 규칙적이고 충실한 식사를 제대로 안 하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는 『서구의 경우 접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데도 학교급식이 잘 돼있는 반면, 우리 나라는 학교급식이 안돼 있는 데다 집에서 충분한 영양을 취할 수 없는 사정이 이러한 차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농촌에서는 어른들이 농사에 바빠 자녀가 여유 있게 주식을 갖춰 먹을 수 없고 도시근로자인 부모는 생계를 위한 벌이에 바쁘고 상인인 부부는 밤늦게까지 상점을 지키기 때문에 자녀들이 영양을 골고루 갖춘 주식을 먹기 어렵다는 것.
영양 관계자들은 『가장 활발한 성장기에 있는 13∼17세 정도 청소년의 영양 문제가 좀더 진지하게 거론되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 고 말하고 있다.

<김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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